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워싱턴DC 의회 로툰다홀에서 열린 4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불법 입국을 즉시 중단시키겠다고 하는 등 취임 전부터 공언해 온 갖가지 행정명령들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이 모든 행정명령들이 “상식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30분간 이뤄진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 목표로 강조하며 “오늘 저는 역사적인 행정명령들을 여러 개 서명할 것”이라며 “이 조치들을 통해 미국의 완전한 복원과 상식을 기반으로 한 혁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가장 먼저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며, 우리는 수백만 명의 범죄 외국인들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체포 후 석방’ 관행을 중단하고 (이민자들로부터) 재앙적인 침략을 막기 위해 군대를 남부 국경으로 보낼 것”이라며 “또한 (멕시코 마약 조직인) 카르텔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798년의 적대국 외국인법(Alien Enemies Act)을 소환해 법 집행 기관의 모든 막대한 권한을 동원해 미국 땅, 특히 도시와 저소득 지역에 끔찍한 범죄를 가져오는 모든 외국 갱단과 범죄 네트워크를 제거할 것을 지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은 마약과 범죄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법원 심리 없이 추방하는 내용이다.

이어 트럼프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비용과 가격을 빠르게 낮출 것을 지시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위기는 과도한 지출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했다. 그리고 오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대선 기간 석유 등 자원 개발 공약인 ‘드릴(drill), 베이비, 드릴’을 언급하며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를 전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해 트럼프는 “여러분은 원하는 차를 살 수 있을 것”이라며 뉴딜(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친환경 전기차 정책을 추진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연설을 들으며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고관세 정책을 공약한 트럼프는 “관세, 세금, 외국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수익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할 것”이라고 했고, “이 부분은 내가 잘 알고 있는데 국가의 권력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무기화가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정치 보복 수사를 당했다고 암시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 성소수자 정책과 관련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남성과 여성 두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했고, “코로나 백신 의무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제명된 모든 군인을 복직시키겠다”고 했다. 해당 군인은 8000여명에 달하는데 트럼프는 이들이 지난 4년간 받지 못한 월급까지 주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 재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군대에서 진보 진영의 ‘정치적 올바름 이념(woke)’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도 했다.

그외 트럼프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했고, “파나마 운하는 현재 중국이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에게 운하를 준 적이 없다.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 올 것”이라고 하는 등 그간 주장해 온 공약을 취임 연설에서 반복했다. 트럼프가 “미국은 다시 한번 성장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고 하자 객석에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립해 환호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소유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언급한 모든 행정명령들을 취임 첫날 모두 서명하려면 팔이 아플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의 취임 선서 직후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지구 온난화 대응을 위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재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2017년 1기 집권 직후 이 협정에서 탈퇴했었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다시 복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