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 10대 소녀 "北에선 씻는 것도 사치…한국 와서 너무 좋다"
  • 북민위
  • 2024-10-11 07: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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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진해 양
                                                 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진해 양

 "저는 한국에 와서 메이크업도 하고 다니는데, 북한에 있는 친구들은 메이크업은커녕 씻는 것도 제대로 못 해요. 씻지 못해 냄새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며 사는 거죠."

2019년 탈북한 노진해(16) 양은 통일부가 10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아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개최한 주한 여성 외교단 초청 간담회에서 열악했던 북한에서의 생활을 이같이 떠올렸다.

노 양은 북한에서 배선공 일을 하는 아버지와 장마당에서 돈을 번 어머니 덕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복하게 살았지만, 샤워만큼은 밖에서 떠온 물로 온 가족이 다 같이 해야 하는 사치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끝나면 풀을 캐러 산에 가거나, 그 풀을 팔러 가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 집에 가보면 못 산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아주 힘들어 보였어요.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아니까 마음이 더 아파요."

노 양은 학교에서 한겨울에 학생들에게 김일성 동상 청소를 시키면서 패딩도 못 입게 하고, 헌화를 강요하면서 값비싼 꽃을 사비로 사게 만들어 억울했다며 북한은 "진짜 살기 힘든 나라였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는 샤워도, 화장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영어가 쓰여 있는 옷도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 있어 "너무 좋다"던 노 양이지만, 남한에서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삶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는 눈물을 보였다.

한 번은 목숨을 걸고 탈북한 과정을 친구에게 털어놨더니, 그 친구가 소문을 내겠다며 협박한 적이 있었다며 "너무 슬펐다"고 말하던 노 양은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는지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노 양은 어머니 우영복(54) 씨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에 오기까지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을 횡단한 여정을 다룬 2023년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했다.

통일부는 '세계 여아의 날'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 여아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북한의 여성, 여아들의 열악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차별과 편견, 폭력의 경험을 딛고 기회를 찾아, 꿈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 여아들의 꿈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 씨, 노 양 모녀와 함께 한국에 주재하는 과테말라, 체코, 헝가리, 유럽연합(EU), 콜롬비아 공관 소속 여성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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