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가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을 맞이했던 푸틴이 이번에 북한을 답방하면 김정일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방북이 된다.

베도모스티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 이르면 6월 중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이르면 6월에 이뤄질 수 있으며 북한을 방문한 직후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베도모스티에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뤄질 것이며 현재 적극적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상대국 지도부와 합의해 대통령 해외 방문 일정을 발표한다"며 "때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평양 방문 초대를 수락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측 고위급의 교류가 찾아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의 북한·베트남 방문 준비가 진전된 단계라고 밝혔던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신홍철 러시아주재 북한대사와 만나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집권 5기를 공식 시작한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지난달 15∼16일)을 공식 방문한 데 이어 벨라루스(지난달 23∼24일), 우즈베키스탄(지난달 26∼28일)을 연달아 찾았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달에 북한을 찾을 경우 한 달여 간격으로 중국, 북한을 차례로 방문하는 것이어서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 연대가 공고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 제재를 받고 국제사회 고립 위기에 놓이자 역시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북한과 밀착을 강화했다.

서방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끊임없이 무기 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북러가 군사 협력 강화를 논의할지도 주목된다.

북러가 더 심화한 단계의 조약을 체결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0년 체결한 북러간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평화와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관련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의 알렉산드르 제빈 선임연구원은 베도모스티에 북중러 외무 차관급 회담이 재개되면 사실상 한미일 군사 블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에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서 북러 무역·경제 관계를 서방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이주 노동자를 데려오는 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 제빈 연구원은 북한 관광 개발 문제도 의제에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베트남 방문과 관련해선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전화 통화하면서 방문 제안을 받아들였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베트남에 총 4차례 방문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찾았다. 공식 방문은 2013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옛 소련 시절부터 견고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 베트남은 에너지,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베도모스티는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에서는 금융 결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