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탈북여성, 北장애인 실태 증언…"다친 군인도 기차서 물건팔아"
  • 북민위
  • 2024-05-16 06: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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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 중 장애를 얻은 전직 군인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게 북한의 장애인 인권 현실입니다"

장애를 지닌 부모와 함께 역경을 뚫고 북한에서 탈출한 여성이 국제 인권기구가 몰려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장애인을 외면하는 북한의 인권 현실을 증언했다.

6년 전 탈북한 맹효심(23)씨는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국제콘퍼런스센터에서 유엔워치(사무국장 힐렐 노이어)를 비롯한 국제인권단체가 매년 개최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 연단에 섰다.

중국과 접경 지역인 함경남도 혜산 출신인 맹씨는 아버지, 그리고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겪어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2018년 6월 탈북했다.

가족은 중국으로 건너가 베트남과 라오스의 산을 넘었다. 배를 타고 태국에 다다른 뒤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맹씨의 아버지는 부인을 내내 업고 움직였다.

맹씨는 "우리는 도망칠 때 정말 두려웠지만 마침내 한국에 들어와 돌아보니 어머니를 위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중증장애를 지닌 어머니를 둔 시선으로 북한의 장애인 인권 현실을 전했다. 맹씨는 "우리가 탈북하기 9일 전인 6월18일을 북한은 '장애인의 날'로 정해뒀지만 북한을 떠날 때까지도 이런 날이 있는지를 우리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장애인 인권에 관한 국제협약을 체결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북한 주민은 장애인에 대한 당국의 보호 조치가 있는지, 세계 각국은 어떻게 장애인을 지원하는지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장애인에게 지원할 적절한 장비와 시설은 부족하고 일상생활은 불편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맹씨는 지적했다.

그는 가족과 평양으로 여행 갔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의 면적은 작지만 우리가 평양까지 가는 데 일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군 복무 중 다쳐 장애를 얻은 많은 전직 군인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차에서 물건을 파는 모습을 봤습니다."

맹씨는 다리를 못 쓰는 전직 군인들이 나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는 모습도 기억한다고 했다. 북한의 장애인보호법은 퇴직 군인마저 보호하지 않는다고 맹씨는 지적했다.

의료 현실도 북한이 선전하는 내용과는 동떨어졌다고 증언했다.

맹씨는 "2018년 어머니는 한쪽 팔에 긴급 수술이 필요했는데 우리 가족은 수술비와 입원비용을 내기 위해 가족이 갖고 있던 모든 걸 팔아야 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의료는 무료라고 당국은 말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의료 비용을 반드시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맹씨는 "북한에서는 장애인과 여성, 아동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최근에는 중국에서 200여명이 강제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영어로 연설한 맹씨는 현재 서울여대 국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학업과 병행해 북한 장애인 인권 현실을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북한 장애인 인권 현실을 증언한 맹효심씨
                                              북한 장애인 인권 현실을 증언한 맹효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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