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풍계리 인근 탈북민 염색체변형…입증 안되나 핵실험탓일수도"
  • 북민위
  • 2024-03-04 07: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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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계리 핵실험장(CG)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CG)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일부가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실험으로 유출된 핵종에 노출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흡연·고령 등이 원인일 수도 있어 이번 조사에서 핵실험에 따른 피폭과 염색체 이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80명에 대해 실시한 방사선 피폭·방사능 오염 검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 "유의미한 체내 방사능 오염 남아 있는 탈북민은 없어"

우선 검사 시점 현재 신체의 방사능 오염을 판단하는 전신계수기 검사와 소변시료분석을 시행한 결과 유의미한 측정값을 보인 탈북민은 한 명도 없었다.

방사능 오염 검사는 음용수나 식품 등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핵종이 검사 시점에 얼마나 남았는지를 측정하는 수단이다. 그 가운데 전신계수기 검사는 감마선 방출 핵종을, 소변시료분석은 알파선과 베타선 방출 핵종에 의한 오염을 각각 평가한다.

원자력의학원은 보고서에서 "모든 수검자(受檢者)에서 검사 시점 기준으로 유의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유의미한 핵종 오염이 없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반감기를 계속 거치면서 체내에 검출한계 미만의 수준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핵실험장 인근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핵종 중 요오드-131은 유효반감기가(물리학적 반감기와 생물학적 반감기를 종합한 반감기) 7.6일에 불과하고, 세슘-137도 70일가량이다. 국내 입국한 후 여러 해가 지난 탈북민이라면 거주지 지하수 등을 통해 핵실험으로 방출된 이들 핵종을 섭취했더라도 현재까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다만 이번 검사에서는 유효반감기가 5천500일이나 되는 스트론튬-90이나 6만4천일에 이르는 플루토늄-239도 검출되지 않았다.

◇ 10∼15명 핵실험 따른 염색체 이상 가능성…진담검사·흡연·고령 등 다른 원인일 수도

염색체 이상 정도를 측정해 과거 평생 누적 피폭선량을 가늠할 수 있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선 17명에서 누적 노출 선량이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 이상인 것으로 측정됐다.

17명 중 풍계리가 속한 길주군 출신은 5명이다.

그러나 17명 가운데 2명은 2016년 같은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국내 입국 뒤에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는 요소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엑스선 검사나 CT 같은 방사선 진단검사, 흡연, 독성화학물질, 고령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나머지 15명 중 5명은 95% 신뢰수준의 노출선량 범위에 0.000Gy가 포함돼 있어 실제로 유의미한 피폭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원자력의학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많게는 15명이 핵실험 후 환경에 유출된 핵종에 피폭, 염색체 이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의 염색체 이상 역시 의료용 방사선, 독성물질, 고령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원자력의학원은 강조했다.

이들의 염색체 이상과 핵실험장 주변 환경의 연관성을 평가하고자 식수원 종류에 따른 측정치를 비교했으나 노출선량과 식수원 사이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이들의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측정치는 의료용 방사선 피폭으로도 나올 수 있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이 값만으로 이들이 핵실험에 따른 피폭으로 염색체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핵종 피폭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인 암의 경우 17명 중 2명이 각각 폐암과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으나, 핵실험 피폭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었다고 원자력의료원은 설명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폐암 완치자가 받은 각종 방사선 검사 강도와 빈도, 자궁경부암 완치자가 탈북 전 노출된 독성물질 등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질환과 핵실험 피폭을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인과관계 평가의 결정적 장애물은 해당 지역의 음용수 등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는 제약을 고려할 때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피검자를 확보하고, 입국 후 의료방사선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전수검사가 계속 진행되며 수검자 인원이 늘어나면 교란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통계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통일부 "추가 검사인력 확보로 전수검사 속도낼 것"

이번 탈북민 방사선 피폭 및 방사능 오염 전수 검사는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원자력의학원 연구진이 수행했다.

길주군 등 8개 시군 탈북민은 총 796명이며 이 가운데 2017~2018년을 포함해 작년까지 총 150명이 피폭 검사를 받았다.

국내에서 방사선 피폭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은 원자력의학원이 유일하다. 연간 검사 역량은 최대 80명이다. 전수검사 완료까지 남은 인원이 약 650명이므로 앞으로 8년 이상이 걸린다는 뜻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원자력의학원의 검사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어서 내년부터는 연간 검사인원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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