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1-25 07: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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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엔의 중국 대상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탈북민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직접 거론했다.
탈북민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는 정부의 기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 북한인권 우선순위 재확인…국제 공론화로 북·중 변화 유도
정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중국 대상 UPR에서 탈북민 보호를 처음 권고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 우선순위를 재확인하는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북한 비핵화만큼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것을 수시로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반발과 중국의 강경한 태도를 의식하고,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탈북민 강제 송환 등 북한인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기조에 따라 국제사회 양자 혹은 다자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2022년과 지난해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 채택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 제4차 중국 UPR에서 처음으로 탈북민 인권 보호를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특히 지난해 8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 탈북민이 대규모로 강제북송된 소식이 전해지며 강제북송 재발 방지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대두한 것도 우리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취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외 시민사회는 정부가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제4주기 중국 UPR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중국은 그동안 탈북민이 불법 월경자이고, 경제적 이주자이지 난민도 아니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당장 태도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UPR을 비롯해 강제북송 문제가 일관되게 국제사회에서 제기된다면 중국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고 탈북민 송환 정책의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조용한 외교'에서 기조 변화 조짐…한중관계 영향도 주목
정부의 이런 기조 전환이 중국과 탈북민 문제 논의를 비롯해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탈북민의 안전한 한국행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 또는 묵인이 필요한 만큼 역대 한국 정부는 내밀한 물밑 소통을 통해 중국의 협력을 얻는 데 주력해 왔다.
이는 소위 '조용한 외교' 기조다. 중국으로서도 특수관계인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중국 UPR에서 정부가 탈북민에 대한 보호 제공과 강제송환 금지 원칙 존중 등을 처음으로 요구한 것은 '조용한 외교'에서 일부 벗어나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향해 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도 한국의 이런 기조 변화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UPR을 앞두고 정부는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공론화할 당위성, 공개적 문제 제기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 질의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이 중국 UPR에서 탈북민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이 한중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탈북민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중국에 꾸준히 전달해 온 내용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로 비치는 측면이 있는 모양인데 사실 정부에서 양자·다자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탈북민 문제는 신장 위구르 인권 등 중국이 소위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문제와는 층위가 다르다.
이번 UPR에서도 중국 대표단은 서방 국가들의 질의가 집중된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문제에 대해 '정치화 의도'라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지만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미중 갈등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이 증폭되는 가운데 대만 문제 등이 한중관계에서는 더욱 민감한 문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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