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대응만큼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 등이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북한인권과 보호책임(R2P)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북한은 모든 자원을 위험한 군사적 기술에 투자하는데, 북한의 식량과 영양 부족 문제를 생각하면 이는 정말 심각한 일"이라며 "북한의 핵 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에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목도됐다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있었고, 많은 경우 이런 침해가 반인도 범죄와 함께 일어났다고 한다"며 "북한 사람들은 정말 많은 학대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를 빌려서 윤석열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다. 이 중요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한국이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점을 들어 "안보리에서 이를 중요 안건으로 삼아서 논의하라고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저는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포용성과 안보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호책임은 곧 인권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책임(R2P)은 개별 주권 국가들이 자국 주민을 집단살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및 인도에 반한 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고, 여기에 명백히 실패한 경우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집단적 강제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2014년 COI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안보리가 보호책임에 따라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그간 간과했던 보호책임의 내용과 측면들을 잘 파악해 향후 효율적인 적용과 이행이 담보될 수 있도록 협력적 장치와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