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11-08 07: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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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북핵 전문가로 손꼽히는 미국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더는 추구하지 않고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기로 결정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7일 진단했다.
팬데믹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한국을 찾은 헤커 박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EC 대산갤러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분석하며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헤커 박사는 2010년 11월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영변의 우라늄농축시설 내부까지 들어가 보고 온 몇 안 되는 미국인 북핵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할 전망과 관련해 미국에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절대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단기적인 관점에선 비관했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에 비춰 "(대화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조직)간 분쟁 등 최근 불안한 국제 안보 정세가 한반도까지 확산할 가능성에 대해선 "한반도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복잡하기에 이런 분쟁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연결되는 상황 자체가 더 심각하다고 주목했다.
헤커 박사는 기자간담회 후 이어진 강연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이것은 매우 안 좋은 뉴스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이 지원해주는 대가로 무엇을 주고 있는지가 우려스렵다"며 "북한이 혼자서 기하급수적으로 자신들의 핵무기고를 늘리기는 어렵지만 러시아가 도와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전만 해도, 2년 전만해도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늘날 이러한 우려를 제기하는 건 러시아가 더이상 책임있는 핵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밀착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 오판을 꼽았다.
2009년 북한의 위성 발사 시도 이후 계속된 오바마 정부의 강경 노선,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실패 등 미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과적으로 북한과 미국 관계 정상화의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까지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실패했다"며 "그들은 위기와 관련된 결정을 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대신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치적 판단은 좋지 못했고 결국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대북제재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제재 여파로 한국보다는 중국에 눈을 돌리면서 "(대북제재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나름 진지하게 대화를 통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외교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핵개발을 추구하는 이중경로 전략(dual-track strategy)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아주 안 좋은 생각(very bad idea)"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헤커 박사는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우수한 원자력발전소 역량과 판매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라고도 지적했다.
북한이 한정된 자원을 핵무기 증강에 집중했던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것과 달리 그간 경제발전에 힘쓰고 원전 수출 경쟁력을 키워온 한국이 인제 와서 독자 핵무장에 나서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이다. 즉, 한국이 핵개발을 추진하다가 국제사회 제재를 받을 경우 수출 경제와 원전 가동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헤커 박사는 동시에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에서 두 명의 지도자가 핵무기 발사 권한을 갖는 상황은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은 동맹인 미국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전망에 대해서는 일찍이 준비 정황이 포착됐지만 실제로 단행하지 않은 데에는 "기술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적, 정책상 이유"가 작용했으리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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