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10-24 08: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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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간 북한 주민 1천여명을 탈북시킨 한국인 목사를 외신이 '북한판 오스카 쉰들러'라며 집중 조명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대북 인권 단체인 갈렙선교회 김성은(58) 목사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새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김 목사가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데 삶을 바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 중국으로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가 압록강에 떠다니는 북한 주민들의 시신을 본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는 북한이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을 겪던 시기다.
김 목사는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이 막대기로 시신을 북한 쪽으로 밀어내자 북한 쪽은 다시 (시신들을) 밀어냈다"면서 아무도 그들을 묻어주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부모를 잃은 북한 출신 고아들은 그런 그에게 다가와 한국어로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과 직접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김 목사는 "(당시) 압록강은 죽음의 강이었다. 대여섯살짜리 아이들이 그런 강을 살기 위해 건넜던 것"이라면서 "나는 이들을 돕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나온 박에스더 씨를 구해 한국으로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천12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의 탈북과 한국 입국을 주선했다.
박 씨는 이후 김 목사와 결혼했고, 탈북자 교인들이 주로 찾는 한 교회에서 목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견디기 힘든 시련도 있었다.
김 목사는 2003년 중국 국경의 얼어붙은 강을 건너다 넘어져 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임신 중이었던 부인 박 씨는 남편이 수술받는 가운데 홀로 아들을 출산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해 아기는 뇌 손상을 입었고 7년 뒤 세상을 떠났다.
그때도 탈북자들을 구하러 집을 비웠던 김 목사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했지만, 천국에 있는 아들의 꿈을 꾼 뒤 마음을 다잡고 북한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구해낸다는 소명을 더욱 굳혔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북한은 김 목사를 제거하려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북한은 나를 암살하기 위해 사람을 두 번이나 보냈다"면서 신변의 위협 때문에 중국에도 더는 갈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는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북한에서 탈출한 일가족을 데리고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을 횡단하는 여정을 담은 미국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2023)가 관객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됐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북한이탈주민 우영복 씨 가족은 2019년 북한 당국이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 가족을 처벌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5살과 10살 딸을 데리고 무작정 압록강을 건넜다.
다행히 이들은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송되기 전 김 목사와 연락이 닿았고, 김 목사는 동남아시아의 정글을 도보로 가로지른 끝에 이들을 안전히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도 김 목사는 우씨 가족처럼 북한에서 탈출해 새로운 삶을 찾게 된 이들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구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이달 하순부터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곳곳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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