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9-25 05: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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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3일(현지시간) 유엔 무대에서 자국 사절단의 북한 방문 계획을 전격 공식화한 배경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방북 이유를 '북러 정상 합의'로 못 박으면서 이달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약속했던 '평양 답방' 이행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내달 북한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면서 "김정은과 푸틴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서방 주요국을 포함한 각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보란 듯이 북러 밀착 기류를 과시한 셈이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회견 하루 전날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 인터뷰를 통해 "고위급 대표단 교류를 비롯한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크렘린궁도 북러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13일 대변인을 통해 "오는 10월 양국 외무장관 회동이 예정돼 있다"면서 "정상들이 이에 대해 지시했으며 회동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공개 언급하며 신속한 후속 움직임에 나선 것을 두고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4월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이튿날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방북 초청을 푸틴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측에서는 공식 반응이 전혀 없었던 데다 답방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4년 만인 이번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정상회담에 이은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의 초청을 "쾌히 수락"했다고 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은 이 초대를 감사히 수락했다"고 같은 메시지를 공표한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만큼 푸틴이 방북할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9월에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및 북러 정상회담, 10월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등 북러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의 방북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도 푸틴 대통령의 평양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이후 그가 해외 순방에 나선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 답방 논의의 공식 채널로 지정된 라브로프 장관은 내달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인 2000년 7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과 만난 뒤 북한을 찾은 적이 없는 푸틴 대통령이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될 경우 양국 군사협력 기조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한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3차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푸틴 대통령의 방북 논의가 북중러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은 2018년 5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당시 라브로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났고,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하면서는 제재 해제 없이 한반도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과 유엔 안보리 제재 틀 내에서 북러 관계 확대가 가능하다는 입장 등을 전달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전에도 두 차례 방북했다. 2004년 7월에는 김정일과 면담했고, 2009년 4월에는 김 정은과 만남이 불발됐다. 이를 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러시아도 찬성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의 내달 방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이 유엔 안보리나 서방과 협조하면서 북한과 관계를 이어 나가려는 시도였다면, 이번 방북은 북러가 밀착해 반서방 연대를 구축하려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는 북한에 제재를 선언하지 않았다. 안보리가 했다"고 말하는 등 안보리와 선을 긋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유엔총회 토론회에서도 미국과 유럽에 대해 "서면이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이를 이행하는 것을 꺼린다"며 "서방은 거짓의 제국"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서방을 가리켜 "제국주의"라고 비판함으로써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를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논의됐었다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도 이번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기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방안,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방안,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극동 방문 기간에 거론됐던 북러 학생·문화·스포츠 교류 등도 논의될 수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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