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人](24)"김정은 정신 불안 가능성…천안함 유사 사건 경계해야"
  • 북민위
  • 2023-09-25 05: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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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사건보다 더 한 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합니다."

첫 외교관 출신 탈북민인 고영환(70)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은 지난 19일 통일부 인근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서적, 정신적 불안정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특보는 올해 북한이 이례적으로 3차례나 열병식을 한 점이나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장 내 김 위원장의 의자 소독 소동 등이 체제와 신변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안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택한 데 대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 제1 목적이었다면 달성한 것 같지만 지나치게 자극한 것 같다"며 중국의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불어 통역을 맡았던 고 특보는 1991년 콩고인민공화국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시절 탈북해 한국에 온 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 등을 맡았으며 지난 6일 통일부 장관 특보에 위촉됐다.

고 특보는 "북한 당국자들은 한국을 우습게 보면서 협상 참여를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지킬 것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조그만 힘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 특보와의 일문일답.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 위촉 소감 밝히는 고영환 통일부 미래기획위원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 위촉 소감 밝히는 고영환 통일부 미래기획위원

(서울=연합뉴스) 2023.9.6 hkmpooh@yna.co.kr

-- 통일부 장관 특보로서 주력할 부분은.

▲ 국민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대등한 남북관계 형성에 기여하고 싶다. 현송월이 2018년 2월 강릉에서 부른 '새별(샛별)'이란 노래 가사가 1996년 강릉에 침투한 무장 공비들이 김정일을 그리워하며 자폭했다는 내용이었지만 아무런 스크린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방북 때 평양 비행장에 태극기가 걸리지 않았지만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앞으로는 제가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최근 한국에 온 탈북민 중 노동당과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내각 출신 엘리트들과 북한 측 메시지의 정확한 의미를 도출해 보고하려고 한다. 국내외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통일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해야 한다.

-- 남북관계가 대등하지 않다고 보나.

▲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다가 회담하자고 하면 한국은 비판하던 부분을 지워버리고 회담에 나섰다. 이런 행태를 30∼40년간 반복해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됐다. 북한은 남북 관계 발전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이익을 얻는 데 있어서는 필요할 때마다 개선 의지를 피력한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이나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2018년 평창올림픽 참가 등이 그 사례다. 북한의 대남사업 담당자들은 한국 정부를 얼마든지 갖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 미국은 북한의 회담 요구에도 한국을 거쳐서 오라며 거부하고 일본, 중국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 북한의 정상국가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하면 "흡수통일하려는 수작"이라며 반발할 수 있지만 정상국가화 하자는 데는 반대하겠나. 북한 정권이 뒤집어지기 전에는 한 번에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하고 인권 의식을 높이기 어렵다. 현재의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세계적 무대로 조금씩이라도 나오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이려고 김정일 때 열지 않던 당대회와 전원회의 등을 연 것에 대해서는 '잘한다"라며 이끌어 주고 조언해야 한다.

--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 김정은이 정상회담 후 연회 모두 연설에서 러시아가 1순위라고 한 것은 중국 들으라고 한 것이다. 북중 밀착에서 북러 밀착으로 가는 것은 김일성이 쓰던 양다리 외교 방식이다. 김일성은 중국과 어긋날 때 강하게 나가되 중국이 '부'(不·안돼)라고 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말고 중국이 도와주겠다고 하면 러시아를 버리라고 했는데 김정은은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 제1 목적이었다면 달성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자극한 것 같다. 러시아로부터 전술핵 소형화 및 잠수함 건조 기술, 수호이 전투기 등을 제공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기름과 식량, 천연가스 정도만 받아도 성과로 삼을 것이다.

-- 러시아에서 북한 경호원들이 민감한 모습을 보였는데.

▲ 경호원들이 화학 처리된 흰 수건으로 김정은이 앉을 의자를 여러 번 닦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고도의 전술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데 따른 행동이다. 중국 방문 때 중국측 제공 숙소에 머물며 중국 비행기도 탔던 김정은이 러시아 제공 호텔 대신 방탄열차에서 5박을 하고 경호원들이 기계로 열차 주변을 측정한 것은 러시아를 모독한 것이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한 것도 김정은이 신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열병식을 올해 3차례나 한 것 역시 외부에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방위 열병식에서 생수와 시멘트 운반차에 방사포를 숨겼다고 보여준 것은 미국에 이들 차량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이다. 외부 세력에 대한 공포가 노이로제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고 보나.

▲ 신변 위협과 불안정한 체제 전망 등과 관련해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신적 불안정을 겪는 것 같다. 우상화와 함께 억압을 강화할 대로 강화했지만 주민 불만은 올라갈 대로 올라갔으니 마음 편할 날이 있겠나.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을 3번 만나고도 해결한 게 없는 것을 보고 낙심과 분노가 목까지 찼지만 가족 멸족을 걱정해 나서지 않고 있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는 김정은이 자기 통제가 안 되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러시아를 뒷배 삼아 천안함 사건보다 더한 것을 벌일 수도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백령도 같은 곳을 공격하고 한국이 반격하면 핵 위협을 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11살짜리 김주애를 미사일 발사장에 데리고 나오는 것 등을 보면 미국이 자신을 테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 김여정과 리설주 간 권력투쟁 가능성이 있나.

▲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올라갔다가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밀려났다. 작년 11월 18일 김주애가 처음 나올 때 같은 카펫의 가장자리에 리설주가 서고 김여정은 더 멀리 위치했다. 노동신문 본사 특별취재단이 지난 4월 내각과 국방성 간 축구 경기를 찍은 사진 수천장 중 김여정이 김주애 뒷줄에 있는 사진을 특별히 공개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주애가 클수록 김여정은 고모 김경희처럼 더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의 첫째 딸이나 셋째 아들이 있을 수 있어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후계자의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 남북하나재단에 대한 탈북민의 불만이 많은데.

▲ 탈북민을 위한 남북하나재단이 정작 탈북민을 많이 고용하지 않는 점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재단과 탈북민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탈북 여성이 백골로 발견된 사태처럼 (지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할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탈북민을 지원하는 지역 하나센터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맡는 행정안전부 산하 주민센터가 일을 서로 미루지 않도록 매칭하는 방안 등도 만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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