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권나현 "중국내 탈북자 북송 임박…한중관계 개선 시급"
  • 북민위
  • 2023-06-26 07: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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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현 탈북동포구출협회 대표
                                                      권나현 탈북동포구출협회 대표

"한중 관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북송을 앞둔 중국 내 탈북자들이 안전해질 수 있어요."

권나현(64) 탈북동포구출협회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조만간 북·중 국경이 개방되면 대거 북송될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 구류소(구치소)에 수많은 탈북자가 잡혀 있는 상황이라는 것.

지난 10년간 탈북민 수백명을 구출했다는 권 대표는 "중국 당국은 인신매매된 탈북여성들이 중국인 남편 명의로 사용하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도청하고 있다. 탈북 움직임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가 나아져야 탈북자 단속이 줄어들 수 있고 한국행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답.

-- 북한에서 생활은 어땠나.

▲ 함경북도 청진에서 5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청진경제전문학교 부기과를 졸업하고 농업설계사업소를 거쳐 회령남새(채소)직매점 부기원(회계원)으로 일했다.

-- 탈북 계기는 무엇인가.

▲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8년 10월 집단농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하루 쉰다고 해놓고 사라졌다. 당시 15살 아들과 14살 딸에게 '행방불명자 자식'이라는 딱지가 붙을까 봐 걱정됐다. 그러면 진학이나 취업, 입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남편이 도움을 받으러 중국 친척 집에 가겠다는 말을 종종 한 게 생각났다. 애들을 친정에 맡기고 1999년 7월 중국으로 탈북했다.

-- 중국 생활은 어땠나.

▲ 남편 친척이 산다는 옌벤주 룽징(龍井)시 카이산툰(開山屯)진으로 가서 수소문했다. 하지만 남편을 못 찾았다. 우선 돈을 벌어야 해 인근 허룽(和龍)시에 갔다. 한 달간 담뱃잎 따는 작업을 하다가 공안에 붙잡혀서 북송됐다.

-- 처벌받았나.

▲ 당시 함경북도 온성 국가보위부에서 며칠 조사받았다. 중국에서 남한 사람을 접촉하거나 교회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는 면했다. 온성 사회안전부 산하 노동단련대에 가서 한 달 반 동안 강제노동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석탄과 퇴비를 나르고 가축에게 사료를 줬다. 출소 후에는 장마당(시장)에서 옷가지와 신발, 담배 등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 재탈북은 언제 했나.

▲ 2001년 11월 28일 애들과 함께 다시 탈북했다.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중국 다녀오면 돈을 주겠다며 부탁한 뒤 넘어왔다. 옌볜 투먼(圖們)시에서 결국 남편을 찾았다. 탄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신고하면 5천 위안(약 90만원) 포상금을 준다며 단속에 나섰다. 북한 당국의 지원을 일부 받은 것으로 안다. 한동안 남편·아이들과 함께 한국인 목사가 제공하는 거처에 숨어 지내다가 태국을 거쳐서 2003년 5월 8일 한국에 입국했다.

중국 옌지시 구류소
중국 옌지시 구류소

[권나현 대표 제공]

-- 초기 한국 생활은 어땠나.

▲ 식당에서 일하고 북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목사가 된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딸은 뷰티숍 원장, 아들은 대기업 팀장으로 잘 커 줬다.

-- 탈북동포구출협회를 설립한 계기는.

▲ 탈북민 실정을 잘 아는 우리가 이들 목숨을 구하자는 생각에 2013년 11월 만들었다. 현재 회원은 구출된 탈북민 가족을 포함해 270명이다. 중국 한족에게 팔려 간 탈북여성이 밤에 몰래 빠져나올 때까지 잠을 못 자는 등 구출 작업이 힘들었다. 비용은 한 명당 200만원 정도 들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구출 사례가 없다.

-- 구출 경로를 말해 줄 수 있나.

▲ 처음에는 중국과 A국(탈북 루트 보안을 위해 익명 처리) 국경의 7개 철조망을 넘는 방법을 썼다. 철조망 4개 이상을 넘어야 A국 땅인데 3개만 넘었다가 중국 공안에 잡히는 경우도 많았다. 보통 10명 가운데 2명은 잡히거나 사고를 당해 구출하지 못했다. 몇몇 동남아 국가 루트도 대안으로 개척했다.

-- 기억에 남는 구출 사례는.

▲ 2014년 중국에서 탈북자 31명이 공안에 잡혔다. 잡힌 사람 명단을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당시 국회의원(현 이북5도청 평안남도 지사)에게 알리고 외교부 등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 가서 이들을 구출했다. 가족 때문에 자진해서 북한으로 돌아간 13명을 빼고는 모두 한국에 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 간 사이가 좋았던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최근 탈북 재개 움직임이 있나.

▲ 다시 탈북이 늘고는 있는데 북한과 사이가 좋아진 중국이 단속을 강화해 국경을 넘자마자 엄청나게 잡아간다. 위챗 계정을 도청하는 중국 공안이 한때 탈북자가 한국에 가는 것을 알고도 안 잡은 적 있지만 지금은 다 잡는다.

--원활한 탈북자 구출을 위해 한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 시진핑이 2019년 6월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탈북자 수백 명을 북송했다. 당시 시진핑과 김정은 사이에 탈북자 북송 협약도 체결한 것으로 안다. 요즘 중국은 단속한 탈북자를 보내겠다고 하는데도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안 받고 있다. 우리 정부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시 주석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발전시켜서 탈북자들이 거부하는 북한이 아니라, 희망하는 대한민국으로 보내주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 탈북자의 국내 정착에 필요한 부분은.

▲ 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한 탈북자들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작년 6월부터 탈북자 친목회를 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 간 차이를 모르는 일부 탈북자가 술만 마시면 싸웠다. 지금은 한국 사회에 적응해서 어떤 게 나쁜 행동인지를 안다. 탈북자가 지혜롭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를 알려주는 교육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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