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북송할 바에는 죽여달라” 목 놓아 외친 탈북민의 최후는…
  • 북민위
  • 2023-05-23 0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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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중순 어느 날, 중국 북부에 있는 네이멍(內蒙古)구 자치주 도심 마을의 한 공안 사무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공안원과 마주 앉은 여성은 목 놓아 절규했다.

수년 전 18살의 나이에 인신매매로 중국인 남성에게 3만 위안에 팔려 와 아들 한 명을 낳고 살던 탈북민 여성 이모 씨는 동거하던 중국인 남성이 사고로 사망한 뒤 또다시 인신매매 위기에 놓이자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이후 농촌, 공장, 건설장, 식당 할 것 없이 생계 벌이에 뛰어들었던 이 여성은 결국 공안에 붙잡혔다.

이 씨는 하나뿐인 엄마를 괴롭히던 빚을 청산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팔려 왔을 때부터 ‘빚을 갚으면 중국인에게서 도망쳐 다시 압록강을 넘어 엄마 품으로 돌아가겠다’ 마음먹었으나 북에 있는 엄마는 병사했고, 팔려 간 중국인 남성 집안은 대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그를 철통같이 감시하고 감금하다시피 했다.

이 씨가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3살이 되던 해 아이의 아빠인 중국인 남성은 건설장에서 추락사로 사망했는데, 이후 중국 시집에서는 아들을 떼어 놓고 이 씨를 어디엔가 또 팔아넘길 궁리를 했다. 그리고 이를 간파한 이 씨는 기회를 엿보다 모두가 외출한 틈을 타 아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을 떠돌며 절망에 빠져있던 이 씨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살 아들에게서 다시금 힘을 얻었고, 중국어가 유창하다는 장점을 살려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러던 중 건설장에서 자재를 희석하고 거들어 주는 일을 하던 이 씨에게 중국 공안이 나타나 공민증을 요구했다. 이 씨는 공안이 갑자기 들이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 한 지 한 달째가 돼 돈을 줘야 하는 중국인 현장 책임자가 돈을 주기 싫어 공안에 신고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이 씨는 순순히 작업장 구석에서 자고 있던 아이를 둘러업고 공안 사무실로 향했다.

공안에 붙잡힌 이 씨는 결국 북송될 위기에 놓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보내지 말아달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북송되면 자신은 비법월경죄로 교화소에 가게 될 텐데 그러면 아이는 누가 키우느냐’, ‘아이는 민족 반역자 취급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보내겠느냐’면서 사정사정하기도 했다.

공안의 한 간부는 유창한 중국어로 간청하는 이 씨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씨의 품에서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를 번갈아 보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너희 북조선(북한) 사람들이 북송되면 죽느니만 못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우리도 다 안다. 이 지역에서는 내가 눈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런 식으로 거처와 신분도 없이 더 버티기는 어렵다. 이 지역을 무조건 떠나겠다고 약조하라. 그리고 살길을 찾아라.’

조용히 풀려난 이 씨는 곧바로 몸을 숨겼고, 이후 그 지역에서 이 씨와 그 아들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씨는 옮겨 간 다른 지역에서 또다시 공안에 체포됐고 끝내 북송됐다.

이후 북한에서 5년 교화형을 받은 이 씨는 교화소에 수감됐고, 아들은 초등학원에 맡겨졌다. 면회 한번 없이 힘들게 버티던 그는 형기를 1년도 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영양실조에 걸려 교화소 안에서 쓸쓸히 사망했다.

이 씨가 북송되지 않았다면 그래도 죽지 않고 아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얼마나 많은 탈북민 여성들이 자식과 생이별하고 구금시설에서 죽어가고 있을지 차마 헤아릴 수 없다.

출처 : 데일리 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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