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人] ①김규민 감독 "북한 지하 자본주의 세계 조성돼"
  • 북민위
  • 2023-04-17 07: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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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북한 출신 영화감독 김규민(49)씨는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의 첫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이 당국에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많은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북한의 참상을 외국에 알리다 김정은의 암살리스트에 오른 탈북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2018년)과 '겨울나비'(2011년), '사랑의 선물'(2019년) 등 영화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고난의 행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랑의 선물'은 2019년 3월 서울국제자유영화제(SILFF) 폐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여주인공인 김소민 씨가 퀸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북한 당국은 한국의 영상을 본 주민이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될까 봐 (그 유입을) 격렬히 막는 것"이라며 "주민들은 독재를 지각하기 쉽지 않은 데다 할아버지, 아버지도 믿어왔던 것을 부정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최근 북한에서 "'꽃제비'(노숙아동)를 데려다가 밥 먹여 주고 청소나 농장일을 시키는 등 지하 자본주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경찰의 묵인 아래 조직적인 성매매도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과 여성 인권 상황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사랑의 선물 포스터
                                                              사랑의 선물 포스터

-- 언제, 어떤 계기로 탈북했나.

▲ 임꺽정이 활동했다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대학에 다니던 1990년대 초중반 당 간부들은 잘사는데 주민들은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다 같이 잘사는 진정한 공산주의를 연구하려다 머리에 나쁜 물이 들었다는 이유로 '혁명화 조치'(사상학습이나 노동현장 근무) 대상이 돼 광산에 끌려갔다. 이후 수용소에서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2001년 한국으로 왔다.

-- 최근 탈북한 주민들과도 교류하나.

▲ 북한이 중국 국경에도 2m 높이의 철조망을 치고 있어서 탈북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비용도 수천만원대로 높아져 북한 주민이 지급하기 어려워졌다. 교회에서 최근 탈북한 이들을 만나고 있고 북한 장마당 가격 등 소식을 간간이 듣고 있다.

-- (꽃제비 등) 아동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인가.

▲ 최근 (꽃제비가) 이슈화되니 애들을 잡아서 고아원(애육원)에 넣고 있다. 고아원에서는 애들을 먹이고 입힐 상황이 안되니 자급자족하도록 하다가 다른 일까지 시킨다. 애들은 밖에서 머슴살이하면 더 잘 먹으니 도망쳤다가 잡혀 오기를 반복한다.

-- 북한이 통일부의 북한인권보고서에 대해 모략과 날조라고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사람에게 가장 보편적인 인권이 북한에는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법은 인권을 지킬 수 있게 만든 게 아니라 인권을 제한하고 있다. 위에서 가라는 데로 가서 하라는 대로 일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는 것도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 따른 것으로 본다.

-- 인권보고서를 보면 한국 영상물을 본 청소년들이 처형됐다고 하는데.

▲ 팬덤이 생기면 스타가 김정은을 대신할 수 있어 금지될 수밖에 없다. 사리원에서는 일본에서 귀국한 이들이 들여온 야동을 봤다가 여러 청소년이 총살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난한 서민이 소주를 마시며 세상을 한탄하는 장면을 본 북한 주민은 '남조선에서는 아무리 못 살아도 소주에 삼겹살을 먹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만 봐도 충격을 받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 위험 요인이 된다.

-- 북한 주민들은 왜 속고 있는지를 모르나.

▲ (북한 체제가) 종교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김일성(3부자)이 낙원을 지도하고 고위 간부들이 천국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주민들에게 심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북한을 닮아가는 것 같다.

겨울나비 포스터
                                                             겨울나비 포스터

-- 식량난으로 처참해진 북한 모자를 다룬 '겨울나비'를 만들었는데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떤가.

▲ 최근에도 식량 유통이 잘 안돼 힘들다고 한다. 황해도는 곡창지대이지만 함경도와 달리 중국과 물물교환이 어렵다. 군에 기부하고 남는 식량이 부족해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고 한다.

-- 앞으로 계획은.

▲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한다.

김규민 감독
                                                              김규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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