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7-05 06: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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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모욕하지 말 것. 이념을 비판하지 말 것. 그리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 관광객에게 투어 가이드가 알려주는 첫 번째 규칙이라고 한다. 북한이 최근 유럽 등 일부 서방 국가의 단체 관광객도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실제로 북한 여행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관련 후일담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일(현지 시각) “북한 관광 재개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다녀온 영국인들”이라며 최근 북한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관광객 및 여행사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 대상 중 한 명은 북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서방 여행사 ‘영 피어니어 투어’를 운영하는 로완 비어드였다. 비어드는 수년간의 설득과 실패 끝에 북한 여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따냈다고 한다. 비어드는 “불과 5시간 만에 관광객 그룹을 모집했다”며 “모인 관광객 대부분 유튜버이거나 여행 애호가들이었으며, 북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국적은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등 다양했다고 한다.
28세 영국인 유튜버 마이크 오케네디도 비어드의 여행사를 통해 이번에 북한에 방문했다. 오케네디는 “북한이 강력한 통제를 하는 나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경험한 통제 수준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을 갈 때조차 가이드에게 보고해야 했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투어 리더 중 한 명인 벤 웨스턴은 북한 여행을 두고 “마치 수학여행 중인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가이드 없이는 호텔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고 했다.
하루는 오케네디가 ‘북한·러시아 우정의 집’을 관광한 뒤 방명록에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고 적었는데, 이후 가이드가 다가와 부적절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편집증을 겪었다”고 한다.
오케네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학교 방문 여행 일정 중 여덟 살짜리 아이들이 탄도미사일의 목표물 명중 장면을 형상화한 무용을 선보였다. 오케네디가 제공한 공연 영상에는 빨간 넥타이를 맨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뒤편의 스크린에서 폭발 장면이 재생되는 모습이 담겼다. 오케네디는 이 일정에서 한 소녀가 건넨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언젠가는 영국을 방문하고 싶어요”란 말이었는데, 오케네디는 이번 인터뷰에서 “그 아이에게 그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다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직접 들여다본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두고 “모두가 일하고 있었고,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며 “암울한 광경이었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기자 출신으로 세 번째 북한 관광길에 오른 조 스미스는 과거보다 더 사정이 어려워진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호텔 방을 제외하면 난방도 되지 않았고 불빛도 희미했다”며 “춥고 어두운 미술관은 우리들을 위해서만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사진 속 깨끗하게 보이는 길들도 실제로 자세히 보면 허술했다면서 “보이는 것에 민감한 북한이 할 수 있던 최선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바깥의 실상은 어떨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고 했다.
스미스는 북한 관광 가이드들이 북한 바깥의 세상에 대해 제법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전복됐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 듯했다고 한다. 스미스는 “때로는 국민들이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면 강제로 몰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지만,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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