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도둑질, 뇌물에 강제노동까지… 북한군 실상 아시나요
  • 북민위
  • 2024-11-01 06: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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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FSI 사무실에서 북한 건설 부대 출신 탈북민 엄영남씨가 북한군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우고는 굶주림과 노역에 시달렸던 군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북한 건설 부대 출신으로 지난 2010년 탈북한 엄영남(44)씨는 자신이 9년쯤 몸담았던 북한군에 대해 “한마디로 ‘모순 덩어리’”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지난 1일 오후 만난 엄씨는 “내가 상사로 만기 제대할 시점인 2010년만 해도 군인 월급은 일반 담배 10개비 가격 정도인 220원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인들에게 도둑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엄씨는 “북한 정권은 ‘김씨 왕조의 지휘를 받는 북한군이 세계 최강’이라며 군인들을 세뇌하지만, 군인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주민들의 재산이나 군수 물자를 훔쳐 장마당에 내다 파는 게 일상”이라며 “당국은 ‘군민일치(軍民一致)’를 외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군인은 인민의 적’이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엄씨는 오는 9일 통일부 산하 비영리 단체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Freedom Speakers International·FSI)’과 함께 ‘최강의 북한 군인(Strongest Soldier of North Korea)’을 발간한다. 겉으로는 핵무기를 위시한 강군으로 보이는 북한군이지만, 그 내부는 부조리와 부패가 만연한 상황을 비꼬아서 지은 것이다.

2001년 군 입대를 한 엄씨는 2005년 평안남도 증산에 있는 501 건설여단 부업장에서 복무했다고 한다. 그는 그해 여름 분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분대원들이 모두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엄씨는 “분대장이 제대 후 노동당에 가입하기 위해 하루에 병사 1명에게 배분되는 쌀 600g 중 400g을 매일 빼돌려 상부에 뇌물로 바친 탓”이라며 “분대원 대부분이 한 끼에 쌀 70g쯤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05년 9월쯤 평양에 있는 부대로 옮겨 수도(首都) 내 인프라 건설을 했다는 엄씨는 김씨 일가의 공사비 절약 명령으로 군인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1989년 평양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 이후 평양 외곽에 있는 순안공항은 사용자가 줄어 애물단지가 됐는데, 공항을 드나드는 길목인 입체교를 2008년쯤 김정일의 명령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했다”며 “당시 철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폭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큰 망치로 교량을 부수는 식으로 해체했는데, 해체 도중 건설 자재에 20명이 깔려 3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당시 폭약 비용을 아끼고, 교량에 썼던 철근은 평양에 아파트를 짓는 데 재활용하라고 했다고 한다.

엄씨는 북한군 내부에 각종 부조리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엄씨는 “장교들이 ‘이번엔 명절 선물 없냐?’는 식으로 물으며 뇌물을 공공연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엄씨가 복무했던 건설 부대 병사들은 부대 내 시멘트나 철근을 뒤로 빼돌려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탈북한 모친과 남동생을 따라 제대 후 3개월 만인 2010년 11월에 탈북한 엄씨가 영어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다른 탈북자의 연설 덕분이었다. 한 여성 탈북자가 자신의 힘겨웠던 탈북 스토리를 영어로 유튜브에 올렸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이에 반응하며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영어를 유독 싫어했었던 엄씨였지만 이때부터 전 세계에 북한군의 참혹한 실태를 알리려 영어를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씨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총 잘 쏘고 격술도 잘하며 인민들을 성의껏 도와주는 군인을 상상하며 입대했는데, 북한군 생활은 굶주림과 노역에 시달리는 교화소(교도소)였다”며 “북한의 ‘선군 정치’는 말뿐이었다”고 북한군을 기억했다.

엄씨의 책은 영어로만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엄씨는 “북한군의 실상을 넓은 세계에 알리고 싶어 일부러 영어로 책을 내기로 했다”며 “발간일도 의도적으로 9일로 맞춘 것”이라고 했다. 오는 9일은 북한 정권 수립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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