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녀 이일심 대원국제中 입학 - 장하다, 일심아!
- 관리자
- 2010-05-10 14:03:22
- 조회수 : 3,722
친구가 끌어주고 선생님이 밀어주고 …“법조인 돼 약자들 도울래요”
북한 생활이나 탈북 과정에서의 학습 결손, 언어·문화적 차이에 따른 학교 부적응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올해 대원국제중 신입생이 된 이일심양을 만났다. 이양은 2006년 초 자유의 품에 안겼다. “반은 이해하고, 반은 눈치껏 쫓아가고” “학기 초 바닥이었는데 학기 말에 45점이나 올랐어요.” 이양은 지난 학기 영어시험 점수를 말하며 스스로도 대견한 듯 자랑했다. 이양은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검사”라고 답했다. “제 이름이 일심이잖아요. 한일(一), 마음심(心). 불합리한 착취나 억울한 일을 당한 약자들과 한마음이 돼 돕고 싶어요.” 이양을 만나기 전 ‘학교 수업은 따라갈 수 있을까?’ ‘서울 친구들과 잘 지낼까?’ ‘언어와 문화가 낯선 사회, 수업까지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에 버틸 수 있을까?’ 꼬리를 물던 의문은 기우일 뿐이었다. 그런 이양이지만 처음 시작한 국제중 생활은 매일매일이 모험이었다. 교과서와 수업 진행이 영어로 이뤄지고 교사도 원어민, 학교 친구들은 어릴 적부터 영어를 익힌 실력파에 유학파들이다. 그 속에서 자신감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이양은 수업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즐겁다고 말했다. “반은 이해하고, 반은 눈치껏 쫓아가요. 모르는 건 방과 후 친구나 선생님께 물어보죠.” 원어민 회화시간 때는 옆 친구와 발표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과제 해결 요령을 배웠단다. 과학을 공부할 땐 원리와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아예 단원을 통째로 외워버린다. 사실 이양에게 국제중 생활은 고3 수험생과 다름없다. 오후 9시30분에 수업이 끝나면 한 시간 걸려 집에 도착한다. 숙제를 하고 새벽 1시쯤 잠이 든다. 오전 5시에 일어나 7시에 집을 나서 등교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지난 학기 초엔 반 친구들보다 숙제 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피로가 쌓인 나머지 수업 중 복통을 앓아 조퇴한 적도 있다. 그래도 이양은 “배우는 즐거움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고교생 언니들이 과외 선생님 돼 줘 이양이 영어와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가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은 또래들의 영어실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젠 영어를 배우는 즐거움이 생겼다. 문법은 몰라도 문장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영어와 짝사랑에 빠졌다. 다른 과목들도 넘어야 할 장벽이었다. 대한민국에 와서야 국어·과학·사회 교과가 있다는 걸 알았고, 시·소설 등 문학작품을 처음 맛봤다. “글을 자유롭게 쓴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처음 알게 됐죠.” 사회는 이양을 속 썩인 대표적인 악동이다. 특히 국사가 그랬다. 누구나 알 법한 역사 속 인물도 먼 나라 사람만 같았다. “북한에선 김일성의 일대기만 배웠죠. 처음 국사를 배울 땐 한동안 어리둥절했어요.” 북에서 몸에 밴 행동 규제도 이양을 불편하게 했다. 학교 안을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책이 많은 도서관에도 가질 못했단다. 이보다 더 배우기 어려운 건 우리말이었다. 같은 말인데도 어휘와 표현에서 정서적 느낌은 물론, 뜻을 알기도 어려웠다. 한자어·외래어가 많아 늘 국어사전을 끼고 살아야 했다. 특히 ‘탈북자’라는 표를 안 내려고 이북 말투를 지우려 무던히 애썼다. 이를 위해 습관처럼 가요를 따라 부르고 TV도 즐겨봤다. 아예 말수를 줄이기도 했다. 거울 앞에서 혼자 발성 연습한 것만도 수백 차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친구끼리 주고받는 말투와 은어·약어도 알아야 했다. “그땐 배우는 것도 힘들고, (친구들과 다른) 내 자신이 실망스러워 혼자 운 적도 많았어요.” 그러나 이양은 혼자가 아니었다.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대원중 강신일 교감은 이양을 불러 어려운 점을 묻곤 박수련·서나연·조민솔양 등 대원외고 2학년 3명을 과외 선생님으로 맺어줬다. 이양은 이들과 여름방학 내내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전 과목을 땀 흘려 공부했다. 북부종합사회복지관도 지난 겨울 김윤정(대원외고3)양을 소개했다. 이때 이양은 부족한 지리 공부를 지도받았다. 짝꿍 권선미양도 수업 틈틈이 문장을 교정해주고 내용 이해를 돕는 길잡이가 돼줬다. “선배들과 친구의 도움 덕분에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열망이 생겼어요. 나중에 저도 어려워하는 후배들을 도와줄 거예요.” /중앙일보> < div>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