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 형제 과외지도… 6개월만에 모두 합격증
  • 관리자
  • 2010-05-10 13: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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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9-03-05 09:41:18 조회 :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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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만난 탈북자 형제 최승호, 준호 씨와 자원봉사자 김보연 씨(가운데). 김 씨는 대학 새내기인 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생활에 대해 조언했다. 최 씨 형제는 북한에 남은 친척의 안전 등을 이유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4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카페.

최승호(가명·24) 준호 (가명·21) 씨 형제를 바라보는 김보연 씨(28)의 얼굴에는 기특하다는 표정이 가득해 보였다.

“학교에서 MBTI(적성검사) 보라던데. 그게 뭐죠?”(준호 씨)

스스럼없는 대화는 여느 남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서울 토박이인 김 씨는 지난달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최 씨 형제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탈북자다. 형 승호 씨는 2007년 6월 북한을 탈출해 3개월간 중국에서 숨어 지낸 후 태국으로 향했다.
 
같은 해 뒤늦게 탈북한 동생 준호 씨와 부모는 태국으로 건너가 준호 씨를 만난 뒤 2008년 1월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희망나눔연대의 ‘새터민 멘터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 당시 법대 졸업반이던 김 씨는 우연히 교내에서 이 프로그램의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접했다.

취업 때문에 악전고투하던 시기였지만 대학 졸업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자원봉사를 신청한 김 씨는 며칠 뒤 희망나눔연대에서 이들 형제를 소개받았다. 김 씨는 “어린아이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0대 청년 두 명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최 씨 형제는 “‘예쁜 여자 선생님 아니면 안 받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는데 정말 여대생이 선생님으로 와서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이들 형제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영어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었다.

“‘엽기적인 그녀’ 같은 남한 영화를 북한에서 몰래 많이 봐서 서울 적응에 자신 있었는데, 실제 겪어보니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대학 진학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어가….”(준호 씨)

김 씨가 이들의 영어 실력을 대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알파벳만 겨우 뗀 상태였기 때문이다. 형제는 특히 남한식 문법 용어를 더 어려워했다.

“my가 소유격이라고 가르쳤더니 소유격이란 말을 더 어려워하는 거예요.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문법 대신 회화 위주로 가르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가방이야’면 ‘my bag∼’, 이런 식으로 말이죠.”

김 씨는 이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모의면접 수업을 하기도 했다.

“북한 남자들이라 말이 없고 대답이 짧아요. ‘우리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그냥 ‘네’라고만 대답해요. 이것을 고쳐주려고 애썼죠.”

이들 형제는 김 씨에게서 남한 생활의 기초도 배워 나갔다. 김 씨는 가끔 야외수업도 하고 영화관에도 함께 갔다. 최 씨 형제 집에서 북한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은 6개월 만에 성과를 거뒀다. 올해 초 형이 새터민 전형으로 동원전문대 소방설비학과에, 동생이 숭실대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변광영 희망나눔연대 사무국장은 “탈북한 지 1년도 안 돼 대학에 진학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형제의 꿈은 더 커졌다. 형은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가 되길, 동생은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길 꿈꾸고 있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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