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49화
  • 관리자
  • 2010-07-16 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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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마흔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수용소에서는 해마다 열댓명 정도의 탈주자가 생긴다. 경비가 삼엄하고 전기 철조망과 함정까지 파놓은 수용소, 게다가 험산준곡에 외따로 위치한 수용소를 탈출하려고 마음먹는다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뒤에 남겨질 가족들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감히 엄두도 낼 수가 없다. 때문에 수용소를 탈주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수용소에 갓 들어온 젊은 독신자들이다. 그들은 젊은 혈기에 수가 뻔한 모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수용소에 들어온 이래로 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죽음을 보아 왔다. 또 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죽음을 전해 들었다. 그만큼 수용소는 죽음과 친숙한 곳이었다. 죽음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당연지사였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죽음에 무감각 했다. 나도 어느 때부터인가 누구누구가 죽었대, 하는 애기를 들으면 그것참 안됐구나 하고 생각을 하지만 뒤돌아서면 그대로 잊어버리고 말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7시 어느 때보다 더 늦잠을 잔 나는 아버지 삼촌과 함께 부락 앞으로 나갔다. 벌써 나와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때 나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위원이 나와서있다가 사람들이 오는 대로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보위원: “음 신참이구만 야 !오늘 똑똑히 바두라우, 배신자들의 말로가 어케 되는지 알간”

아버지: “철환아 빨리 가서 줄을 서자 ”

철환이 삼촌: " 철환아 내 뒤에 서거라! 아마 사형장 까지 가려면 퍼그나 걸어야 할게야“

설화: 인원을 확인하는 보위원의 능글능글 한 웃음에서 나는 벌써 기가 질렸다. 그의 웃음을 보니 처음으로 목격하게 될 사형장면에 공포가 비로소 실감나게 가슴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를 포함한 교포마을 사람들은 줄을 지어 사형장으로 향하였다. 선돌바위 부근 강변 사형장은 우리가 사는 10반 부락에서 꽤 떨어져 있는 5반 마을 근처에 있다. 별다른 교통수단이 하나도 없으니 그곳까지 가려면 천상 오전 한나절은 꼬박 걸어야만 하였다.

걸어가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다. 수용소에 처음 들어와서 아이들로부터 들었던 충격적인 사형장면 생각도 났다. 그 이야길 들으면서 총살 장면이 연상되어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새로웠다.

그 후로 7년이 지난 오늘 말로만 듣던 사형장면을 직접 보게 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였지만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왜 그 장면을 꼭 보여주려고 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한참 걸어가는데 옆에서 걷던 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버지: “철환아 지금 마음이 어떠냐 무섭냐?”

철환: “아니래요, 사람이 어케 죽는지 궁금한게 무섭지는 안아요”

아버지: “뭐라고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싶다고, 이놈의 자식 사람의 생명은 소중 한 것이다. 그런 소중한 생명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데 그게 궁금하단 말이냐? 어휴, 수용소가 어린너희들마저 악마로 키우고 있구나”

삼촌: “형님 다 듣겠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배운게 다른 사람을 증오하는 것뿐이니 어쩔 수 없지요. 인성이니 뭐니 하는 감성적 생각은 수용소에서는 버려야 살 수 있어요”

설화: 나는 내가 뭣을 잘못 말했는지 그때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실망의 큰 그림자가 비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어느덧 목적지에 닿았다.

그곳에는 우리 외에도 많은 다른 부락 사람들이 와 있어서 사형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모두들 술렁거리는 것이 오늘 총살형을 당할 도주자들에 관한 것이었으나 우리처럼 수용소 생활이 오래된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 저 오라고 해서 왔을 뿐이라는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모여서도 한참 시간이 지났다. 어떤 사람들은 어디 먹을 것이 없나 해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예 어느한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꿈나라를 헤메고 있었다.

수용자: “오늘 총살당하는 사람들이 죄목이 뭐라우”
수용자1: “글쎄요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여. 이런 데서 도망갈 생각을 다하다니, 작년에도 몇 사람이 뛰다가 모두 잡혀서 죽는걸 보고도 또 뛸 생각을 하다니,”

설화:갑자기 사람들의 말소리가 주춤해졌다. 저쪽에서 뽀얀 먼지를 날리며 두 대의 지프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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