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23화
- 관리자
- 2010-07-16 10:50:40
- 조회수 : 1,669
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스물 세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그날 저녁 우리는 또다시 감독을 살살 구슬려서 들여보냈다. 감독이 들어간후 나와 정철이는 또다시 강냉이를 훔치러 토끼사로 갔다. 가던 도중 정철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정철: 철환아 이제 있잔아, 강냉이를 훔치지 말고 토끼를 뚝질해 먹으면 안되갔니?
철환: 뭐 토끼! 야 기거 너무 위험하지 않갔니? 강냉이 몇 개와 토끼는 차원이 다르잔아!
정철: 야 보위원 새끼들은 날이면 날마다 잡아먹는데 우리라고 못먹을게 뭐이가? 사람입이야 다 똑같디? 우리입은 뭐 염소입이가?
철환: 그러다 들키면 그땐 끝장인데, 난 이제 매는 더 이상 못 맞갔다야.
정철: 그러니끼니 먹자는 거 아이가. 교원들이야 맨날 고길 처먹으니 살만디룩디룩 하지만 우린 이게 뭐이가? 뼈다귀 밖에 남은게 없구 설마 잡혀야 맞아죽기밖에 더 하갔어?
철환: 하긴 고기 한번만 먹어보면 죽어도 한이 없긴 한데...
설화: 말만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요 몇칠전에 교원실에 나무를 갖다주러 갔다가 토끼고기 굽는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구수한 고기냄새가 코끝에서 맴돌았다.
우리는 그날 저녁 토끼사를 습격했다. 나는 망을 보고 몸집이 나보다 작은 정철이가 들어가 토끼를 훔쳐 내오기로 하였다. 그날은 마침 토끼사 당번이 집에 가는 날이었는지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나는 혹시나 하면서 지난번 토끼사 담당일 때 열쇠를 감추어 두었던곳을 더듬어 보았다 , 있었다. 덕분에 정철이는 버젖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속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는지 몰랐다. 금방이라도 누가 뒷덜미를 잡아챌 것만 같아서 머리끝이 쭈삣하고 간이 콩알만 해졌다.
다행스럽게도 정철이는 아무 일 없이 성공적으로 토끼 한 마리를 훔쳐가지고 나왔다.
정철: “ 봐 이놈 크지”
철환: 야 정말 크다. 암놈이니 수놈이니
정철: 길세 모르갔어. 하여간 제일 큰놈으로 잡아왔어, 토끼가 하도 많아서리 아마 며칠은 없어진 줄 모를 거야. 야 빨리 가자!
설화: 오랫동안 고기구경을 하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인 우리들은 토끼를 보니 눈알이 뒤집어 지는 것 같았다. 한시가 바쁜 우리는 즉시 학교 뒤의 산속으로 들어가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마침 움푹 패인 바위짬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 나무가 뻑뻑해서 불을 피워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정철이와 나는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모아 놓고 불을 피웠다.
가을이라 바싹 마른 나무들은 연기 한 점 나지 않고 활활 잘 타올랐다. 나는 토끼사 당번시절에 익힌 익숙한 솜씨로 토끼 대가리를 내리쳐서 죽였다.
하지만 칼도 없고 마음도 급해서 껍질을 벗길 수가 없었다. 대신 꼬챙이를 하나 주어 그것을 항문에 집어넣고 입까지 길게 찔러 넣었다. 완전히 통 토끼구이가 되는 셈이었다. 통째로 굴리며 익히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정철: 야 철환아 ! 이젠 익지 않았을까?
철환: 긴데 이거 보이질 않아서리 익었는지 안있었는지 알갔나?
정철: 에라 야 난 못 기다리갔다야, 기냥 먹자
설화 : 정철이와 나는 익은 것 안익은 것 가릴 처지가 못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입에 쑤셔 넣느라 말 한마디도 없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토끼 한 마리를 귀부터 시작해서 뼈다귀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나니 금새 생기가 돌고 힘이 솟는것 같았다. 느슨하게 풀어졌던 눈도 크게 떠졌다. “조금만 노력하면 맛있는 걸 먹을수 있는데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우리는 처음으로 흡족하게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다.
먹고난 자리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조심조심 신경을 써서 깨끗하게 치워 놓았다. 다시 화목장으로 돌아와 일을 했지만 고기를 먹은 탓인지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였다.
한번 고기맛을 보니 그맛이 영 잊혀지질 않았다. 정철이가 말했다.
정철: 우리 다음엔 소금까지 가지고 와서 리 좀 더 맛있게 먹자. 우리집에 아버지가 숯구이장에서 가지고온 숯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올게
철환: 기래 그거 정말 딱이다. 숯을 쓰면 연기도 안나고 불담도 세서리 아마 고기가 맛있게 익을거야. 야 !고기를 먹으니 살것같다.
~음악~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스물 세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그날 저녁 우리는 또다시 감독을 살살 구슬려서 들여보냈다. 감독이 들어간후 나와 정철이는 또다시 강냉이를 훔치러 토끼사로 갔다. 가던 도중 정철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정철: 철환아 이제 있잔아, 강냉이를 훔치지 말고 토끼를 뚝질해 먹으면 안되갔니?
철환: 뭐 토끼! 야 기거 너무 위험하지 않갔니? 강냉이 몇 개와 토끼는 차원이 다르잔아!
정철: 야 보위원 새끼들은 날이면 날마다 잡아먹는데 우리라고 못먹을게 뭐이가? 사람입이야 다 똑같디? 우리입은 뭐 염소입이가?
철환: 그러다 들키면 그땐 끝장인데, 난 이제 매는 더 이상 못 맞갔다야.
정철: 그러니끼니 먹자는 거 아이가. 교원들이야 맨날 고길 처먹으니 살만디룩디룩 하지만 우린 이게 뭐이가? 뼈다귀 밖에 남은게 없구 설마 잡혀야 맞아죽기밖에 더 하갔어?
철환: 하긴 고기 한번만 먹어보면 죽어도 한이 없긴 한데...
설화: 말만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요 몇칠전에 교원실에 나무를 갖다주러 갔다가 토끼고기 굽는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구수한 고기냄새가 코끝에서 맴돌았다.
우리는 그날 저녁 토끼사를 습격했다. 나는 망을 보고 몸집이 나보다 작은 정철이가 들어가 토끼를 훔쳐 내오기로 하였다. 그날은 마침 토끼사 당번이 집에 가는 날이었는지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나는 혹시나 하면서 지난번 토끼사 담당일 때 열쇠를 감추어 두었던곳을 더듬어 보았다 , 있었다. 덕분에 정철이는 버젖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속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는지 몰랐다. 금방이라도 누가 뒷덜미를 잡아챌 것만 같아서 머리끝이 쭈삣하고 간이 콩알만 해졌다.
다행스럽게도 정철이는 아무 일 없이 성공적으로 토끼 한 마리를 훔쳐가지고 나왔다.
정철: “ 봐 이놈 크지”
철환: 야 정말 크다. 암놈이니 수놈이니
정철: 길세 모르갔어. 하여간 제일 큰놈으로 잡아왔어, 토끼가 하도 많아서리 아마 며칠은 없어진 줄 모를 거야. 야 빨리 가자!
설화: 오랫동안 고기구경을 하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인 우리들은 토끼를 보니 눈알이 뒤집어 지는 것 같았다. 한시가 바쁜 우리는 즉시 학교 뒤의 산속으로 들어가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마침 움푹 패인 바위짬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 나무가 뻑뻑해서 불을 피워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정철이와 나는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모아 놓고 불을 피웠다.
가을이라 바싹 마른 나무들은 연기 한 점 나지 않고 활활 잘 타올랐다. 나는 토끼사 당번시절에 익힌 익숙한 솜씨로 토끼 대가리를 내리쳐서 죽였다.
하지만 칼도 없고 마음도 급해서 껍질을 벗길 수가 없었다. 대신 꼬챙이를 하나 주어 그것을 항문에 집어넣고 입까지 길게 찔러 넣었다. 완전히 통 토끼구이가 되는 셈이었다. 통째로 굴리며 익히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정철: 야 철환아 ! 이젠 익지 않았을까?
철환: 긴데 이거 보이질 않아서리 익었는지 안있었는지 알갔나?
정철: 에라 야 난 못 기다리갔다야, 기냥 먹자
설화 : 정철이와 나는 익은 것 안익은 것 가릴 처지가 못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입에 쑤셔 넣느라 말 한마디도 없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토끼 한 마리를 귀부터 시작해서 뼈다귀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나니 금새 생기가 돌고 힘이 솟는것 같았다. 느슨하게 풀어졌던 눈도 크게 떠졌다. “조금만 노력하면 맛있는 걸 먹을수 있는데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우리는 처음으로 흡족하게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다.
먹고난 자리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조심조심 신경을 써서 깨끗하게 치워 놓았다. 다시 화목장으로 돌아와 일을 했지만 고기를 먹은 탓인지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였다.
한번 고기맛을 보니 그맛이 영 잊혀지질 않았다. 정철이가 말했다.
정철: 우리 다음엔 소금까지 가지고 와서 리 좀 더 맛있게 먹자. 우리집에 아버지가 숯구이장에서 가지고온 숯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올게
철환: 기래 그거 정말 딱이다. 숯을 쓰면 연기도 안나고 불담도 세서리 아마 고기가 맛있게 익을거야. 야 !고기를 먹으니 살것같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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