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30화
  • 관리자
  • 2010-07-16 10: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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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서른 번 째 시간입니다.

수용소에 또 죽음의 봄이 찿아 왔다. 이번 봄에도 여지없이 이 요덕 15호 관리소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정철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어느 놈이 빠졌나 ? 거기 그 자리에 빠진 놈이 이름이 뭐가?” 멧돼지 교원은 결석한 아이가 정철임을 확인하자 “강철환 네놈은 정철이와 단짝이지 가서 그 새끼 잡아와” 하고 호통을 쳤다.

나는 웬일로 정철이가 결석을 했을까 궁금해 하며 정철이네 집으로 갔다. 정철이네 집 가까이 가니 통곡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제일 가까이 서있는 아주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철환: “아주머니 무슨 일이라요”

아주머니: “어이구 불쌍한 것들 어린것들끼리 사는 것이 어디 쉽겠나. 정철이 동생이 그만 뻴라그라병에 걸려 죽었다누나”

철환: “예 정철이 동생이 죽었다구요”

설화: 그 말을 듣고 나니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정철이 동생이 아프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엊그제 까지 내가 먹여주는 강냉이 알을 오물오물 받아먹던 애가 죽었다는 것이 믿겨지질 않았다.
나는 너무나 울어서 기진맥진해 있는 정철이를 멍하니 보고 서 있다가 학교로 돌아왔다. “수용소 안에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만도 못 하구나 ” 싶은 생각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고 정철이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교원에게 정철이의 동생이 죽었다고 보고하자 “동생 놈이 죽었으면 그놈은 다리개가 부러졌더냐 아니면 입이 찢어졌더냐 아무리 동생새끼가 죽었다고 해도 학교에 나와서 알려야 할 것이 아닌가?” 하며 욕을 해댔다.

“어휴 이개새끼 사람이 죽었다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돌로 쳐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전 사람 아이가? 넌 나중에 어떻게 죽나 보자?” 어린 마음에도 어떻게나 화가 나고 속이 상한지 손이 다 부들부들 떨렸다.

이틀이 지나자 정철이가 학교에 나왔다. 정철이는 아주 딴 아이가 되어 버린 것 만 같았다. 우리와도 통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주 눈물을 흘리며 침통해 하였다. 그럴 때마다 교원은 정철이의 배를 찼다.

교원: “ 야 이 째포 새끼야 동생이 죽은건 죽은거고 네놈은 왜 죽어가는 인상을 하고 있는거야? 주제에 지들도 사람흉내를 내보려고 하는거야 ? 야 ! 이놈아 네놈들은 개 돼지만도 못한 놈들이야 알겠나”

정철: “아야 이거 왜 때립니까? 우린 짐승이 아닙니다. 우린 사람입니다.”

설화: 정철이는 매 맞는 것이 원통했던지 멧돼지 교원에게 대들었다. 정철이가 반항하자 교원은 입에 게 거품을 하면서 온갖 쌍욕을 쏟아냈고 주먹과 발로 정철이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한참 동안 때리다 정철이가 땅바닥에 쓰러져 기척이 없자 교원은 알아듣지 못할 욕을 계속하면서 교원실 쪽으로 사라졌다. 옆에서 이 광경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나는 얼른 가서 정철이를 안아 일으켰다.

철환: “정철아, 정철아, 정신 차리라! 일 없는거니?”

정철: “오 ~ 괞찮아 수용소에 와서 매 맞는건 이제 이력이 텄는데 이쯤한 매가 뭐 대수겠니? 저 멧돼지 같은 새끼는 사람도 아니야 짐승이야 짐승, 언젠가는 내가 저 새끼를 내손으로 꼭 죽여 버릴 거야. 개 같은놈”

철환: “그래 짐승보다도 못한 놈 저녁에 집에 가다가 콱 벼락이라도 맞아서 뒈져라! ”

설화: 정철이와 나는 멧돼지 교원에게 한참동안이나 욕을 퍼부었다. 실컷 욕을 퍼붓고 나니 가슴에 엉켰던 웅얼이가 어느 정도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개 돼지 보다 못한 존재라니? 어린 마음에도 교원의 말은 깊은 상처로 남았다. 사람이 자기의 존재가치가 하찮은 것이라고 느낄 때의 절망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다는 모를 것이다.

며칠 후 정철이와 나는 산에 나무하러 갔다. 정철이가 “ 철환아 저기 보이는 것이 우리 동생의 묘야” 하고 울먹이며 가리켰다. 정철이가 가리키는 곳은 조금 후미진 곳인데 흙덩이가 그저 조금 수북하니 올라 와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누가 보면 그저 작은 흙무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저 흙무지도 사람들 발에 밟혀 그저 평평한 땅의 일부가 되어 버릴 것이었다. 그래서 수용소에서는 죽은 사람 내다 묻는 것을 “평토해치운다”고 하는 것이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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