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42화
  • 관리자
  • 2010-07-16 1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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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마흔 두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다음날 아침. 짐이랄 것도 없지만 나는 산에 갈 준비를 대충 해가가지고 집을 나섰다.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몫까지 강냉이를 탈탈 털어서 내 짐 속에 넣어 주시면서 신신 당부를 하였다.

할머니 : “철환아 첫 고생인데 너무 무리 하지 마라, 그저 요령껏 해라, 남이 하는 만큼만 적당히 알아서 해 알갔지?”

철환: “너무 걱정마시라요 학교 다닐 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이것 하나 못 견디갔시오 할머니나 건강하시라요.”

설화: 나는 짐짓 태연한 척 말하였다. 깊은 산에 가서 외화벌이용 약초를 캐는 일은 수용소 안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집 앞을 나서니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는 장맛비처럼 제법 줄기가 굵어져 개울물에는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깊은 산에서 비를 만나면 피할 곳이 없어 밤이건 낮이건 무방비 상태로 홀딱 젖고 만다. 햇볕이 잘 들지도 않으니 비에 젖은 옷은 잘 마르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그 옷이 체온으로 저절로 마를 때까지 입고 다닐 수밖에 없다. 또 약초를 찾아 가파른 산길을 하루에도 수 십리 씩 헤매는 일도 여간 고달픈 노릇이 아니다.

더구나 약초는 무게가 가벼워서 하루 종일 캐어도 정량에 미달되기 일쑤이다. 잠자리도 마땅치 않고 먹는 것도 집에 있을 때 보다 형편없었다.

이런 생활을 보름이나 한 달쯤 하고 나면 사람이 산송장처럼 변해버린다. 우리 조는 남녀 합해서 모두 30명이었다. 한영득이라는 노총각이 조장을 맡았다.

나는 아직 처음이라 누가 누군지 잘 알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대부분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다. 아침 7시 30분. 보위부 자동차가 우리들을 태우러 왔다.

보위원: “ 야야 똑바로 서라! 석줄로 일렬종대로 서라! 우리의 목적지는 덕산이다. 모두 잘 아는바와 같이 덕산은 산세가 험한 곳이다.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 있고 맹수를 만날 수도 있다. 죽지 않으려면 대열을 이탈하지 말도록 알겠나?”

정철: “하늘이 콱 꿰졌나 비는 왜 이렇게 멈출 줄 몰라! 우~ 벌써부터 오한이 나는 것 같애, 철환아 너 춥지 않니?”

철환: “ 나 지금 입이 떡떡 마주쳐, 이거 산에 오르기 전부터 감기에 걸리는거 아닌지 모르갔다야”

설화: 보위부 트럭은 우리를 태우고 2시간가량을 쉬지도 않고 달렸다.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느라 차는 계속 덜커덩거렸다. 수용소에 들어올 때 자동차를 탄 후로는 처음으로 타보는 자동차이다.

몇 년 만에 타보는 자동차라 내리는 비속에서도 다가오고 멀어져가는 산천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더불어 지금 이 시각이 이 지옥 같은 데서 나가는 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문득 사회에 나간 영모 생각이 났다.
산골길은 험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속에서도 사람들은 묵묵히 앉아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도 잠간 잠을 잤다. 마침내 차가 멈춘 곳이 내가 학교 다닐 때 광대초를 캐러 온 적이 있었던 덕산 에 다 달았다.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되었다. 남자들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보위원들의 먹을 부식과 큰 가마를 등에 지고 하루 종일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얼마 못가서 등줄기엔 후줄근하니 땀이 배어났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은 자꾸 눈 속으로 스며들어 눈이 쓰렸다. 빗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우리의 몸은 말이 아니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각종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올라가는 길에는 작은 폭포까지 있어 마치 말로만 듣던 금강산을 보는 것 같았다.

수용자: “ 야 이거 정말 좋구나. 이런데서 노루나 한 마리 잡아먹으면서 놀면 참 좋갔다.”

수용자1: “휴~ 정말 좋구만, 에라 좀 쉬어서 가지 정말 아름답구만,”

보위원: “자자! 여기서 잠시 쉬어간다. 10분후에 다시 출발한다. 한명도 대렬을 이탈하지 말도록 알갔나”

설화: 보위원들도 산천경계에 취했는지 휴식명령을 내렸다. 마침 아침부터 내리던 빗줄기도 뚝 멈춰 폭포 주변에는 아스라니 뽀얀 안개가 끼었다. 안개는 폭포주위를 감돌아 산봉우리의 중간을 휘감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마치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듯 아주 부드럽게 산중턱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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