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39화
  • 관리자
  • 2010-07-16 11: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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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서른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내가 고등중학교를 졸업할 때 나이가 17살이었는데 키는 고작 150cm가 될까 말까 하였다. 게다가 40킬로밖에 나가지 않았다. 한참자랄 나이에 먹지 못하고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모진 육체노동에만 시달렸으니 키도 클 수 없고 살도 붙을 수가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아이들도 모두 키와 몸집이 고만고만하였다. 그런 우리에게 어른이란 말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수용소 안에서의 어른이란 단어는 다름이 아니라 곧 작업량이 그만큼 늘어남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일하는데 이골이 났다. 고된 육체노동에 단련이 된 몸은 웬만큼 힘든 일쯤은 어른들보다도 더 쉽게 해치울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내 교장의 엄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었다.

철환: “체 똘만이 새끼 지금까지 그 고생을 했는데 힘들면 얼마나 더 힘들다는 거야 그까짓 것 될 대로 되라지 흥”

정철: “기쎄말이야, 고생이야 뭐 학교나 사회나 마찬가지지 달라질게 뭐있어.”

교장: “ 에 ~ 학교에는 그동안 너희 놈들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였는지에 대한 기록이 다 남아 있다. 앞으로 노동현장에 나가도 이 생활평정서가 바탕이 되어 작업을 분배 한다. 알겠나.”

설화: 교장의 일장연설이 끝나자 교무주임이 우리에게 졸업증이란 것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 학교 다닐 때 큰 말썽을 부린 일은 없었다.

또 교원에게도 잘 보인 편이었다. 수용소 생활 6년의 경력이 요령을 붙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내 생활 평정서는 그래도 좋은 점수가 기록되어 있었다.

나도 그 졸업장이란 것을 받았다. 그 얇은 종이 한 장에 내 어린 시절이 무겁게 실려 있었다. 수용소 사람치고 고생하지 않은 사람은 물론 없지만 아무래도 제일 불쌍한 것은 어린학생들이다. 한참 자라고 뛰어 놀 나이에 굶주리고 매 맞고 험한 노동에 시달리고...

수용소에 와서 첫해 겨울, 내 몸무게 보다 세배 이상 나가는 통 나무 를 짊어지고 산을 기어 내려오면서 엉엉 울었던 일이 환상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졸업식이 끝났다. 정철이와 광선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광선: “ 이까짓 졸업증이 무슨 필요가 있갔나? 개 같은 놈의 학교, 가르쳐 준 것 하나 없으면서 학교는 무슨 학교”

정철: “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그놈의 멧돼지 새끼하고 늙은 여우 안 보게 됐다는 생각만 해도 속이다 시원하다. ”

철환: “ 그래 속은 시원한데 그래도 이 지긋 지긋한 곳에서 6년을 살았다고 생각하니 내가 자랑스러워, 어째든 죽지 않고 살아났으니 말이야 안 그래”

설화: 우리는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졸업증을 그 자리에서 박박 찢어 버렸다. 침도 탁탁 뱉어서는 발로 짓이겼다. 저만치 교원이란 놈이 서있었지만 아무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나를 비교적 잘 봐주었다고 해도 마지막 인사조차 하기 싫었다.

학교시절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였다. 다른 때 같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서 구타를 했을 교원이지만 오늘은 그도 모른척했다.

다른 아이들 역시 교원에 대한 증오심이 부글거려 꿍얼거렸다. “ 저따위 인간도 사람이라고 인사를 하냐” “이제 두고 봐라 내래 언젠가는 돌로 대가리를 쳐 죽이고 말거야”

교문을 나선 아이들은 저마다 돌을 하나씩 들고 학교를 향해 집어던지면서 저주했다.

학생1: “ 저주가 있으라! 지옥의 학교여!”

학생2: “ 에이 퉤! 가래나 먹어라! 벼락이나 콱 맞아서리 무너져라! 망할 놈의 학교야!”

철환: “ 야! 저기 경비대 새끼들 온다! 얼른 가자! 괜히 잡혀서 경치지 말고”

설화: 나는 광선이, 정철이와 함께 학교정문을 나섰다. 그동안 노동과 구타 욕설 속에서만 시달리느라고 우정이 싹틀 수도 없는 생활이었다. 반 아이라고 “동무”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서로 얼굴이나 알고 지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6년이란 세월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막상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찡하였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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