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해지원품목 뭐냐" 공손하지 않은 北 태도에 한국 '불쾌감' 폭발 -동아닷컴
  • 관리자
  • 2012-09-11 09: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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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10년'에 젖은 北 南에 "지원품목이 뭐냐"
北 "지원품 수량도 알려달라" - 쌀·시멘트·중장비 기대하는 듯
지난 해엔 "통 크게 달라"며 우리 측의 제의 거부하기도
통일부 "불쾌하지만…" - 北의 태도에 "공손하지 않아" 그래도 지원논의 계속하기로
남북 간 후속 대화 여부 주목

통일부가 대북 수해 지원 의사를 밝힌 지 1주일 만인 10일 북한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북 수해 지원을 받고는 싶은데,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남조선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말해놓은 게 있다 보니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부의 수해 지원 의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일단 북한의 수해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남측이 제시하는 지원 품목과 수량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조건을 달아 '남조선 불상종 원칙'을 허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반응에 대해 통일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수해 지원 논의를 해보자고 했는데 북한은 '일단 너희가 얼마나 줄 수 있는지 보자'고 했다"며 "지원을 받겠다는 태도치고는 공손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 정부 시절 쌀과 비료 수십만t을 받아가면서도 큰 소리 떵떵 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며 "북한이 '10년 햇볕 습성'에 여전히 젖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조건부로나마 수해 지원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정부가 '북한이 공손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해 지원 논의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수해 지원 품목으로 쌀, 시멘트, 건설용 중장비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 수해 때도 똑같은 물품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전용(轉用) 가능성을 우려해 대체 품목을 제시했었다.

icon_img_caption.jpg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아연·마그네사이트 등을 채굴하는 함경남도 검덕지구가 큰 피해를 입었다. 검덕지구의 철로가 태풍에 유실돼 있다. /조선중앙방송 연합뉴스
2010년 신의주 수해 때는 5㎏ 단위로 포장된 쌀 5000t과 컵라면 300만 개를 지원했다.
 
당초 시멘트 1만t도 보낼 예정이었으나 그해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함에 따라 3000t만 전달된 상태에서 지원이 중단됐다.
 
작년 수해 때는 정부가 영·유아 영양식, 초코파이, 라면 등 50억원 상당의 물품을 준비했지만, 북한은 "통 크게 달라"며 우리 측 제의를 거부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2010년 신의주에 지원했던 쌀이 거의 전부 평양으로 흘러들어 갔고, 시멘트는 체제 선전용 건설현장과 군부대로 전달됐다"며 "이번에 우리가 뭘 지원하든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보부서 관계자는 "설사 지원물품이 평양 특권층과 군대로 향하더라도 그 양이 많지 않으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5000~1만t 정도의 쌀 지원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우리 측은 매년 북한에 30만~40만t의 쌀을 지원했지만, 현 정부 들어 중단한 상태다. 이번 정부는 "5만t 이상의 식량 지원은 인도적 지원 규모를 넘어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수해로 정말 심각한 손해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보도한 수해 집계에 따르면 7·8월 폭우와 태풍으로 수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1만여 채가 넘는 주택과 농경지가 큰 피해를 보았다.
 
북한은 8~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적십자 회의에서 올해 수해 피해를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회의 때 다른 사업은 얘기하지 않고 (수해로) 176명 사망, 22만명 이재민 발생 등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수해로 인한 주민 불만을 무마하려면 '상종하지 않겠다'고 한 한국의 도움이라도 필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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