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만주에서 일본군 잡던 할아버지 그 후손 13명, 대한민국 국적 얻다-조선닷컴
  • 관리자
  • 2012-08-14 09:26:46
  • 조회수 : 2,972
 
"4시간밖에 못 자고 꼭두새벽에 눈을 떴어요. 국적 증서 받기만을 기다리는데 아침 내내 어찌나 시간이 안 가는지…."

충북 진천의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일하는 박승천(46)씨는 13일 오전 8시 30분쯤부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앞을 서성였다. 박씨는 독립 유공자 박도백 선생의 손자다. 1996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박도백 선생은 1919년 3월 부산에서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나눠주고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현수막을 만들다 붙잡혀 1년 3개월간 감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만주에서도 독립운동을 했다.


icon_img_caption.jpg 13일 오후 경기 과천 별양동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에서 일제강점기에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2년 전 중국 옌볜(延邊)에서 한국으로 온 박씨는 경기 시흥의 불고기집에서 일하는 부인과 아들 한 명을 키우며 살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광복절을 기념해 박씨에게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주기로 했다.

그는 국적 증서 수여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입속말로 애국가 가사를 외웠다. 박씨는 "나 역시 책에 남아있는 짧은 기록 이상으로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며 "아내와 공장일·식당일로 고생하며 살고 있지만 영광스러운 집안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는 박씨를 포함한 독립운동가 자손 중국 동포 13명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줬다.

아들 범수(15)군과 함께 국적을 얻은 남영학(46)씨 팔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남씨는 "비자 문제로 그동안 중국음식점에서 일당치기로 일했는데 그때 뜨거운 기름이 튀어 생긴 상처"라며 "이제는 떳떳하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옌지(延吉)에서 군자금을 모으고 첩보 활동을 하다 1920년 일본군에게 총살당한 이여락 선생의 외증손자이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광복절을 즈음해 독립 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국적 증서 수여식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독립 유공자 후손 819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