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변화 감지되는 北대외정책…이면엔 권력암투?
  • 관리자
  • 2012-06-15 09: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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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전부·조평통·군부 연일 대남 압박·위협
외무성은 "핵실험 계획 없었다" 대미 화해신호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특히 대남전략과 대미정책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남전략에서는 군사적 도발 위협수위를 부쩍 높이면서 `종북세력' 편들기, 12월 대선 개입 시도 등으로 종전보다 더 강경하고 위협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미정책에서는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북한 대외정책의 이러한 변화는 대남 및 대미전략의 각 파트를 담당하는 핵심기관 간의 권력경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대남기관의 사령탑인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4·11총선 이후 12월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지난 11일 새누리당을 상대로 낸 공개질문장에서 "박근혜는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았다.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온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며 "이들도 종북주의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1961년 조직된 조평통은 통전부의 핵심 외곽단체로 한국 내에서 주요 사건이 발생하거나 또는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그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내놓는 대남기구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15일 "통전부 산하 조평통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을 공격하는 등 한국 내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내 종북세력을 보호하고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북한 내부 권력경쟁에서 통전부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군부도 대남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며 권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4일 공개통첩장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언론사에 대해 `보복성전'을 당하거나 아니면 대북사과를 하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총참모부는 "이명박 역적패당은 아이들을 위한 이 경사스러운 경축행사(소년단 창립행사)에도 심술사납게 찬물을 끼얹는 망동을 부리고 있다"며 "우리 군대의 타격에 모든 것을 그대로 내맡기겠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나가겠는가"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도 4월23일 "이명박 쥐XX무리들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는 하늘에 닿았다"며 "역적패당의 분별없는 도전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백승주 박사는 "대남전략에 있어서 북한 군부와 통전부 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며 "김영철로 대표되는 북한 강성군부는 군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장성택을 견제하기 위해 대남 군사도발을 고집한다"고 설명했다.

공세적 성격의 대남전략과는 달리 김계관 제1부상으로 대표되는 북한 외무성은 최근 대미 출구전략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13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미국의 대북식량지원 계획이 취소되고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북미관계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문답에서 "원래 우리는 처음부터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며 "죄지은 놈이 겁부터 먹는다고 미국이 그 무슨 `핵실험'설을 운운하면서 대결을 고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9일 발표한 담화에서는 "이명박 역적패당이 우리에게 지속적인 도발을 걸면서 정세를 격화시킨다"며 "우리를 한사코 자극해 현재 계획하지도 않는 핵시험이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강경대응조치를 발생시키고 마치 우리가 호전적인 것처럼 부각해 우리와 주변국 사이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반공화국 제재압박 분위기를 조성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명박 정권 때문에 북미관계가 악화된 듯이 비난하면서 `핵실험은 애초에 계획하지도 않았다'는 식으로 미국에 은근슬쩍 화해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외무성의 발표는 대미용이다. 북한이 핵실험 계획이 없었다고 밝히는 것은 북미협상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 군부와 통전부, 외무성이 최근 대남·대미정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권력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라며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 북한의 대외정책은 방향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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