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北인권,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못해… 유엔과 전세계, 北 가차없이 압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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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04 09: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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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숙자 씨 강제구금’ 유엔 결정 이끌어낸 세계적 인권 변호사 자레드 겐서

‘북한이 신숙자 씨 모녀를 강제 구금하고 있다’는 유엔의 결정을 이끌어낸 숨은 주역인 자레드 겐서 변호사. 동아일보DB

“신숙자 씨 사건은 남북의 분단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가족의 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 씨의 두 딸을 데려오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이 가족의 스토리를 더 많이 세상에 전하고 북한이 얼마나 끔찍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북한반인권범죄철폐국제연대(ICNK)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자레드 겐서 변호사(40)는 2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통영의 딸’ 신숙자 씨의 두 딸 오혜원, 규원 씨를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인권단체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겐서 변호사는 국제 인권문제를 다루는 미국 워싱턴의 법률자문회사 ‘페르수스 스트레티지스(Persus Strategies)’의 대표이자 양심수 석방을 위한 인권단체 ‘프리덤 나우’의 창립자다.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데즈먼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교,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 같은 주요 인권활동가와 정치인의 변론을 맡아왔다. 최근 ‘북한이 신숙자 씨 모녀를 임의적으로 구금하고 있다’는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임의적 구금 실무그룹‘의 결정을 이끌어낸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그동안 겐서 변호사가 전 세계 주요 인권문제와 관련해 유엔의 ‘임의적 구금 실무그룹’에서 받아낸 결정만 30여 건에 이른다. ICNK는 그의 도움을 받아 이 실무그룹 외에 고문, 표현의 자유, 기아 등 유엔인권이사회 산하의 분야별 특별보고관 등 12명에게 “공동 대응에 나서 달라”는 요청서를 보내놓은 상태다.

겐서 변호사는 이런 활동을 설명하며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엔과 주요국 정부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최악인 북한인권 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것이 바로 유엔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여러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만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특히 겐서 변호사는 “북한이 신 씨의 두 딸을 협박해 아버지 오길남 씨를 만나기 싫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하게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선 (제3국 같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이들의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과 가까운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이 국가들의 협조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겐서 변호사는 ‘유엔이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북한은 중국의 비호를 받고 있어 국제적 압력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데다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같은 문제 때문에 인권문제가 뒤로 밀리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그럴수록 여러 국가가 가차 없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며 “이를 포기하면 남는 건 북한 주민을 참혹한 운명으로 떠미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겐서 변호사는 1997년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재학 시절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학교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중국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낀 그는 로스쿨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로스쿨에 다니면서 미얀마에서 인권활동을 하던 영국 청년이 무려 17년의 독방 감금 판결을 받았다는 한 줄의 신문기사를 보고 얼굴도 모르는 청년의 변호사를 자처해 석방을 이끌어내면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 리더’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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