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北 정치범수용소 수감 이유 살펴보니… 탈북하거나 탈북 도와준 사람 23%, 말 실수 포함한 '언어반동'이 16%
  • 관리자
  • 2012-05-01 09: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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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北인권침해 사례 분석]
"외국 작가들은 편하겠다" "다른 나라 가서 살고싶다" 말했다고 정치범으로 몰려
고문과 학살이 일상화돼 있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숙청당하거나 체제 전복을 시도한 '진짜 정치범'보다 생계형 탈북자나 연좌제에 걸린 사람이 많은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생계형 탈북자가 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 800여명의 증언을 청취해 발간한 '2012 북한인권침해 사례집'에 실린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278명의 수감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탈북(66건·23.7%)이었다. 탈북자 본인은 물론이고 탈북을 방조하거나 도운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 있는 누나가 부쳐준 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끌려간 경우도 있었다.

함경북도 온성군 출신의 안성철군은 2000년 수감 당시 미성년자(16세)였다. 모친이 굶어 죽자 먹을 것을 구하러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한국행을 결심하고 수천㎞를 걸어 미얀마까지 갔다. 하지만 미얀마 경찰에 체포돼 중국에 넘겨진 뒤 강제북송됐다.

함경북도 길주가 고향인 허영일씨 일행 7명은 1999년 11월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정식 난민 판정까지 받았지만 한국행을 기다리다 러시아 경비대에 체포됐다. 허씨 일행은 2001년 중국으로 넘겨진 뒤 강제북송됐다. 허씨를 포함해 5명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고 나머지 두 사람은 행방이 묘연하다.

함경북도 나진시 출신의 노동자 김일태씨 일가족 4명은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한국인으로 위장한 보위부 공작조에 체포됐다. 이 공작조는 2000년 1월 중국 옌지에서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던 요원들이었다. 국군포로 2세인 남편과 함께 탈북했던 이설화씨도 이와 비슷한 공작조에 붙잡혀 1999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

한국 출신인 김정명(67)씨는 일본으로 밀항한 뒤 북한으로 건너갔지만 한국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렸다.

◇'언어 반동'도 수감사유

북한 체제를 비난하거나 한국·서방을 동경하는 이른바 '언어반동'(45건·16.2%)죄로 정치범이 된 사람도 많았다. 북한이 1968년 나포한 미 푸에블로호 승조원을 심문하기도 했던 평양 국제관계대학교 영어 강좌장 최영화(72)씨는 취중에 "외국 작가들은 편하겠다. 우리는 김일성 생각에 맞춰 글을 써야 해 고뇌가 많다"고 했다가 화를 당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 차광호씨는 "김정일이 인민 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우상화만 한다"고 푸념했다는 이유로, 개성시 인민병원 구급과 의사인 황종호씨는 외국의료봉사단에 북한의 열악한 병원 실태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얘기했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었다. 과학원 연구소 소속 연구사 김광연씨는 "연구사업도 제대로 못 하게 하니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가 '정치범'이 됐다.


평북 신의주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최순애씨는 부친이 당생활총화 시간 때 실수로 김일성의 호칭('위대한 수령')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감된 경우다. 최씨처럼 가족의 잘못 때문에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사람도 44명(15.8%)에 달했다.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수감된 경우도 5건이 확인됐다.

고위 탈북자 A씨는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중에 비자금 조성, 뇌물 수수, 간첩 행위 등 중범죄를 저질렀거나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수용소에 갇힌 경우는 64건(23%)에 불과하다"며 "생계형 탈북자나 연좌제 피해자들까지 죽음에 몰아넣고 있는 정치범수용소는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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