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37화
  • 관리자
  • 2010-07-16 11: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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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서른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어느새 밤이 되었다. 이젠 무릎이 쿡쿡 쑤셔서 도저히 더 이상은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 교원은 범인이 나올 때까지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는 수작이었다.

우리를 열 시간 넘게 꼼짝 못하고 서있게 하고는 자기는 의자를 가져다 편히 앉아 있었다. 밤공기는 무척이나 찼다.

철환: “ 야 이거 뼈마디가 다 나무토막 되는 것 같아, 뻣뻣한 게 내 발 같지 않다야”

정철: “ 기쎄 내발도 마찬가지야, 발도 발이지만 난 추워서 죽을 지경이다야.”

학생1: “어어! 이거 추워서 이발이 다 떡떡 마주 친다. 영락없이 감기에 걸랬다. 배가 고프니 끼니 더 추운 것 같애”

설화: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이런 고문은 맞는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한 것이어서, 아이들은 징징 울었다. 그렇게 힘든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침이 되니 경비대 군인까지 총을 메고 왔다.

그들도 교원의 부서진 자전거를 보더니 같이 열이 올라 길길이 날뛰었고 우리는 그 기세에 눌리고 공포에 질렸다. 수용소안의 경비병들은 모두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사람들이다. 아직도 뭘 모르는 풋내기들이었기에 고지식하니 교육을 받은 것 밖에 알지 못하였다.

북조선에서 수용소 사람들은 모두 반혁명 분자로 사람이 아닌 적이라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들 역시 우리를 적으로 여겨 추호의 동요나 동정심도 없었다.

그들은 서있는 우리들의 사이를 지나다니며 “어느 놈이 그랬어, 응? 반혁명 분자의 종자들이라서 지독하긴 되게 지독 하군” 라고 말하며 괜히 총 박죽으로 우리들의 머리를 툭툭 쳤다.

우리가운데 함흥에서 새로 온 학생이 있었다. 그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는데 정의감에 불타는 곧은 성격이라 아직까지 수용소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총 탁 으로 머리를 때리자 그의 정의감이 터지고 말았다.

학생: “아야! 이거 왜 때립니까? 아무 죄도 없이”

경비병: “ 야! 요새끼 봐라! 요 반동 놈의 새끼, 입은 살아서 나불대고 있어, 야 이놈아 지도자 동지께서 보내주신 선물 자전거를 망가뜨려 놓고도 죄가 없다고! 너 이 새끼 오늘 어디 맛 좀 봐라”

학생: “ 전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자전거 곁에는 얼씬도 안했습니다. ”

설화: 그 아이는 계속해서 항변을 했다. 일이 이쯤 되자 교원과 경비병들이 모두 달라붙어 그 아이를 두들겨 팼다. 입과 코, 귀에서는 선진 피가 터져 나왔고 하도 매를 맞아 배가 맹꽁이배처럼 불어났다.

사람이 죽을 것 같은데도 그들은 매를 멈추지 않았다. 무슨 한이 맺혔는지 축 늘어진 그 아이의 등을 군화발로 밟고 또 밟았다.

혁명역사 교원은 그 아이를 끌고 학교로 들어가면서 우리를 풀어 주었다.

교원: “ 이제 너희 놈들은 집으로 가도 좋다. 너희가 잘못이 없어서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아두라, 언제고 내손으로 그놈을 꼭잡아내고 말거니까”

경비병: “말 안 듣는 새끼들은 모두 죽여 버려야 합니다. 이놈들은 혁명의 원수고 공화국에서 나는 쌀과 물, 공기를 먹는 것 자체가 불공평 합니다. 그럴 가치가 없는 새끼들인데 당의 배려가 하늘같은 줄 알아야지. 종간나 새끼들”

설화: 우리는 너무 춥고 힘들어 그들이 지껄이는 소리에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그저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몸은 마치구름다리위에 서 있는 것처럼 붕 떴고 다리는 허공에서 헛걸음질 쳤다.

어떻게 집에까지 올수 있었는지 그것만도 다행이었다. 혁명역사 교원에게 끌려간 그 아이는 며칠이 지나서야 반병신이 다되어 풀려 나왔다. 나오는 것을 보니 얼굴 전체가 멀쩡 한데라고는 한군데도 없이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너무 맞아서 그런지 입은 헤벌쭉이 벌리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며칠 동안을 밥도 먹이지 않고 계속 두들겨 패기만 했으니 정말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었다. 그렇게 명랑하던 아이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였다.

그는 교원이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부들부들 떨면서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숨었다. 나는 우리의 꿈이 부서진 갈매기 자전거처럼 사산 조각나고 있음을 느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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