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태국 이민국에 구금됐던 탈북자들 ‘대사관 여직원 폭언’ 충격적 증언 잇따라
  • 관리자
  • 2012-06-14 09: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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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이민국 수감시설에 수감돼 있는 탈북 여성들. 2006년 8월 촬영된 것이지만 지금도 탈북자들은 이곳에 수감된다. 200명 이상 수감되면 누워 잠잘 수도 없을 정도로 협소한데 때로는 300명 이상이 수감돼 두 달 이상씩 보내기도 한다. 동아일보DB

 
탈북자들에 대한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여직원들의 욕설과 반말 파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지 외교관과 국가정보원도 이미 그 같은 실태를 일부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태국 이민국 수감시설 내의 탈북자들 감방에서 방장을 맡았던 A 씨는 13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난해 6월 한국에 도착해 (국정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태국에서 여직원들에게 당한 수모와 현지 감방 실태에 대해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태국 감방에 있었던 탈북자 B 씨는 “지난해 5월 대사에게 항의 편지를 썼다. 그후 현지에 파견돼 있는 정보기관원이 찾아왔다. 그는 사과를 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고발을 한 이후에도 여직원들의 폭언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해외공관 직원들이 탈북자들에게 폭언을 하거나 무성의하게 대한다는 폭로는 수년 전부터 국군포로 출신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여직원들은 스스로를 ‘선생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사실상 ‘간수’처럼 탈북자들을 징벌했다는 증언들도 잇따르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13일 여직원들의 업무는 탈북자 신원조사와 한국어 통역 지원에 국한돼 있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부여된 업무 이상의 권한을 행사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태국 수감시설에 있었던 C 씨는 “여직원들이 나타나면 누워있던 할머니를 비롯해 모든 여성이 꼿꼿이 정좌자세를 취해야 했고 목욕하다가도 황급히 뛰쳐나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선생님 앞에서 태도가 불손하다’고 나이를 불문하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D 씨는 “한국에 입국해서 하나원에 입소한 뒤 앞짐을 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태국에서 그 여직원들 앞에서 차렷 자세로 있지 않고 앞짐을 지면 욕설을 들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앞짐이 욕을 먹는 일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수감시설에 있었던 E 씨는 이 여직원들이 탈북자들이 맨발로 생활하는 감방에 신발을 신고 드나들었다고 주장했다.

태국 이민국에선 남성 탈북자와 여성 탈북자가 분리돼 있는데 간혹 3일에 한 번 돌아오는 쇼핑날에는 수감시설 내 슈퍼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E 씨는 “한번은 아들과 함께 왔다 분리 수감된 한 어머니가 슈퍼에 갔다 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단지 멀리서 지켜봤다는 이유로 여직원이 그 여성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연대 책임으로 함께 왔던 여성들까지 늦게 한국에 보내겠다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감방에 많을 때는 200여 명 넘게 수용돼 있다 보니 누울 자리조차 없어 탈북자끼리 자리싸움을 벌이고 감정이 격해지는 일도 많다. 2010년 여름 탈북여성끼리 싸우던 중 한 여성이 거울조각을 들고 다른 탈북자를 찔러 사망하게 한 일도 벌어졌다. 이때 피가 감방 벽과 천장에 튀었는데 1년 넘게 지난 지난해 12월 당시까지 피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기자가 인터뷰한 탈북자 가운데 8명이 주장했다.

E 씨는 “탈북자들 사이에선 ‘그걸 쳐다보고 교훈을 얻게 하기 위해 지우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여직원들이 실제로 그런 지시를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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