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대화 여지 사라진 北 유엔 연설…"제재 인정못한다"며 美에 맞서
  • 북민위
  • 2022-09-27 08: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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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 대표의 유엔총회 연설은 미국과 미국 주도의 기존 세계 질서에 대한 비난으로 요약된다. 

작년과 달리 이렇다 할 협상 여지도 남기지 않아 비핵화 대화의 재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오히려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은 '미국 탓'이라고 정당화하며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북한의 제재 위반을 지적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며칠 전 연설을 거론하며 "우리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 압박을 가하는 유엔 제재는 인정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상 또는 총리, 외교장관이 주로 발언하는 일반토의 무대에서 4년 연속 북한을 대표한 김 대사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자위적인 핵보유를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이익을 지키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정답을 찾았다"며 전술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그 답으로 제시했다.

30년에 걸친 대북 적대시 정책에 맞서 이러한 정책을 명문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상황을 어디까지 몰아갈 것인지를 자문자답해 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와 같은 김 대사의 발언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하는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하는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뉴욕 유엔본부 AP=연합뉴스]

지난해 연설에서 미국이 한반도 주변의 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단할 경우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 여지를 열어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물론 미국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요구였지만, 어쨌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협상 가능성을 남긴 작년 연설에 비하면 올해 메시지는 비핵화 대화 전망이라는 관점에서 뚜렷하게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그 근거 중 하나로 보인다. 김 대사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하기는 했지만, 문맥상 특별히 한국을 지칭하기보다는 미국의 동맹 세력 전체를 포괄하는 단어로 읽혔다.

이러한 연설 기조는 북미, 남북 사이의 대화가 교착 상태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북한은 비핵화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논의를 위한 한미의 접촉 제의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연합뉴스 등 일부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7월 '뉴욕 채널'을 통해 대화 재개와 방역 지원을 위한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 측의 응답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시했으나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은 대북 제재 결정 기구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겨냥해 미리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김 대사는 "안보리가 주권 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를 상정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명시한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모순적인 처사"라며 안보리가 '미국의 전횡'에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북한의 '국방력 강화'를 사사건건 문제 삼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안보리 신뢰 회복을 위해 개발도상국들의 대표권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핵실험 시 추가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북한으로서는 제3세계 국가들이 안보리에 대거 진출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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