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은밀하게 중국 다니던 北 장성택, 김정일이 죽자…-조선닷컴
  • 관리자
  • 2012-08-14 09: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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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김정일 생전엔 몇명 데리고 은밀히 방중
이번엔 중국에 '北은 장성택의 나라' 과시 측면도
김영일 국제부장·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 등 동행

북한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의 13일 방중(訪中)은 안팎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일단 그 규모부터 전례를 찾기 힘들다. 장 부위원장과 함께 중국 방문길에 오르는 대표단 규모는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중국·러시아 방문 등을 빼고는 김씨 일가(一家)가 아닌 사람이 이 정도 규모의 방문단을 이끌고 외국 방문에 나선 예가 없다. 북한 전문가들은 "사실상 준(準)정상 외교로 봐야 한다"고 했다.
icon_img_caption.jpg 베이징 도착… 장성택(가슴에 빨간 배지)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이 13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귀빈 주차장에서 의전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북한 수행원 및 중국 측 영접 인사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장성택의 나라' 과시

장성택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북한 내각의 실세이다. 김정일의 누이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 부장이 그의 부인이다. 장성택은 그간 28세 김정은 체제를 지탱해주는 축으로 꼽혀 왔다. 북한 전문가들은 "지금 북한은 김정은의 나라가 아니라 '장성택의 나라'에 가깝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 그가 마치 세(勢) 과시라도 하듯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방문에 나선 것이다.

한 고위 탈북자는 "장성택은 중국과도 독자적인 끈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과거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있을 때는 그의 명령에 따라 제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국을 오가곤 했다. 김정일의 메시지를 중국 지도부에 전하기 위해 수행원 1~2명만 데리고 은밀하게 가거나, 황금평 개발 등 대표적인 북·중(北中) 경협 행사장에 김정일을 대신해 테이프를 끊기 위해 중국에 나타나는 정도였다.

중국 남부·동북 3성 등 중국 곳곳 둘러볼 가능성

이번에 장성택은 북·중 외교의 실무 책임자인 김영일 당 국제부장 및 북한의 대외 무역·투자를 총괄하는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성택은 베이징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 개혁·개방의 발원지인 중국 남부나 북·중 경협의 현장인 동북 3성을 찾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장성택의 방중은 단순한 경제 사절단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정일은 2001년 1월 상하이를 둘러보면서 "천지개벽"이라고 했고, 2010년에는 동북(東北) 지역을 둘러봤다.

장성택은 최근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군부의 실세 리영호 총참모장을 제거하는 등 반대파 숙청을 주도해 성사시켰다.
 
권력 내부 정리를 끝낸 장성택으로서는 북의 경제난을 덜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고, 이번 방중도 이런 움직임과 직결돼 있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 북한은 '6·28'조치로 불리는 내부 경제개혁에 착수한 상태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김일성은 사상강국(주체사상), 김정일은 군사강국(선군정치)으로 주민 지지를 받았다"며 "김정은으로선 '경제강국'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장성택이 대중 '경제 외교'의 책임자로 나선 모양새"라고 말했다.

후진타오 등 중국 수뇌부 등 만날 가능성

특히 장성택이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나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수뇌부를 면담,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성택이 차기 중국 국가주석을 맡을 것이 확실시되는 시진핑이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김정은이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노련한 중국 지도부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장성택이 대신 나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장성택의 방중을 단순히 북·중 경협, 특히 황금평과 라선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북·중 정상회담은 의제가 미리 조율되는 일반 국가 간 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북 소식통은 "북·중 정상회담에선 지도자의 경험과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10년간 중국 지도부는 '벼랑 끝 전술'에 능숙한 김정일을 맞아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성택은 김정은이 공식 외교 무대에 데뷔하기에 앞서 베이징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으나, 대표단 규모나 격(格) 등에서 사실상 본인이 직접 정상 외교에 나선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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