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북한 곡창 지대에서 매년 5천여명씩 아사
  • 관리자
  • 2012-06-19 11: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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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곡창인 황해남도에서 매년 수천명이 아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황해남도 해주시 인민위원회(시청 격)에서 농산물 관리를 담당하다 작년 여름 탈북한 최영철(가명·45)씨는 17일 민간 대북방송매체인 북한개혁방송(대표 김승철)과의 비공개 인터뷰에서 “산간 마을에선 몰래 화전(火田)이라도 일궈 먹고 살지만 농사지을 곳이 협동농장 밖에 없는 평야지대에선 리(里)마다 매년 30~40명씩 굶어죽는다. 수확한 식량을 전부 뺏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해남도의 19개 군(郡) 중 평야지대는 연안·배천·청단·재령·신천·안악·은천군 등 7곳(총 178개 리)이다. 최씨 말대로라면 황해남도에서만 매년 5000~7000명이 아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사는 농민 몫, 쌀은 군대 몫”

최씨에 따르면 황해남도 기아사태는 봄철에 하달되는 비현실적 ‘알곡생산계획’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다. 북한 당국은 매년 이 지역 협동농장들에 “1정보(3000평·약 1만㎡) 당 6?을 생산하라. 그 중 1~2?은 농장원들에게 주겠다”는 지시를 내린다. 불가능한 목표다. 실제 수확량은 1정보 당 2~4?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량을 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권력부서들과 군대가 가져가고 나면 농민들 몫은 남는 게 없다.

추수철이 되면 주요 권력기관에서 파견한 ‘일꾼’들이 주요 곡창인 황해도 협동농장들에 좍 깔린다. 쌀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여기에도 서열이 있는데 김정은 친위대인 호위총국, 대남 공작기관들, 보위부 등 특수기관들이 먼저 차지한다. 그 다음 순서가 군대다. 최씨는 “벼 베기 전부터 각 사단별로 협동농장에 1개 중대를 파견해 논을 지킨다. 탈곡할 때도 군인들이 총을 메고 감시한다”고 했다. 한 협동농장에서 2~3개 사단이 쌀 분배 문제로 싸우는 일도 흔하다.

이렇게 권력기관들과 군이 쌀을 차지하고 나면 공식적으로 농민에게 돌아가는 쌀은 한 톨도 없다. 최씨는 “농사는 농민이 짓는데 처분권은 군대에 있다. 이것이 선군정치”라며 “농민들은 살기 위해 벼를 훔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 농민은 추수철마다 벼를 마구 베어 숨긴다. 이때 안 훔치면 1년간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협동농장 반장들도 “도적질 못하는 게 머저리, 잡히는 게 반푼이”라며 사실상 벼 도둑질을 방조한다. 이렇게 사라지는 식량이 1정보당 1.5~2?이다. 수확량의 절반이 넘는다.

◇“집요한 식량회수가 대량아사 원인”

훔친 식량을 숨기는 방법도 해마다 진화해왔다. 방안 구들장을 뜯어내고 그 안에 벼를 숨기기도 하고 솜이불 안에 감추기도 한다. 돼지우리 밑바닥을 파 숨기거나 김장독 안에 넣어두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군대에 보내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가을철마다 “세대별로 30~50㎏ 내놓지 않으면 가택 수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일이 반복된다. 이때 순순히 내놓는 사람들은 애국자로 칭송받는다. 최씨는 “많이 훔친 사람은 열성분자가 되지만 고지식해서 도둑질을 못한 사람은 반당분자로 몰린다”고 했다.

그 다음엔 각 리를 담당하는 보안원(경찰) 1명, 군 보안서 요원 1명이 검열을 벌여 각각 8?씩을 회수한다. 또 도당(道黨)에서 ‘식량수호 그루빠’가, 인민위원회(도청 또는 군청)에서 ‘48상무’가 조직돼 숨긴 벼를 뺏어온다. 검열을 통해 약 30%가 회수된다.

최근 황해도 지역의 대량 아사 소식이 자주 전해지는 것에 대해 최씨는 “북한 당국이 기를 쓰고 농민들이 감춘 식량을 거의 다 회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신문은 “김정일 사망 이후 황해남도에서 2만명이 아사했다”고 보도했었다.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이런 실정을 모르고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면 군대만 배를 불려준다”며 “북 식량난의 근본 해법은 120만 군대 규모를 줄이고 선군정치를 접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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