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물건너가는 북 인권법...그래서 단식한다
  • 관리자
  • 2011-06-24 15: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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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윤 "한나라 안움직이는 이유는 탈북자에 국한된 법이라 생각한 때문"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표발의하신 분인데, 조금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대는 놓지 말아야죠. 움직일 수 없다면 우리가 등이라도 밀어주자, 그런 심정에서 나왔습니다.”

23일 비가 내리는 여의도 국회 앞. 지하철역 인근에 작은 천막이 세워졌다. 북한인권법 통과 촉구 거리농성을 위해서다.

전날부터 시작된 장마. 굵어지는 빗방울을 보는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 도희윤 대표는 “며칠 고생하는 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인권법 자체가 이번에도 폐기될까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도 대표는 “거리농성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끌다간 정말 18대 국회가 끝나고 북한인권법이 또다시 사장될 것이 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탈북자 및 북한 인권 단체들은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투쟁의 수위를 서서히 높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들 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삭발식까지 감행했다. 지난 8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각 당에 항의방문은 물론, 면담도 요청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들이 이처럼 강하게 나서는 배경에는 북한인권법이 논외의 대상이 되어왔던 탓이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4월 회기에도 결국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북한인권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에 의해 발의된 이 법은 당시 다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북한 정권을 자극한다”며 반대해 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008년 황우여·황진하·홍일표·윤상현 의원의 안을 통합·조정해 다시 발의됐지만, 역시 북한인권법은 번번히 논외의 대상으로 치부됐다. 어렵사리 지난해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1년째 계류 중이다. 탈북자 및 북한 인권 관련 단체에서는 “6년이나 잠을 자는 법안이 어디 있느냐”며 “이 시간이면 동면 중이던 곰이 깨어나도 수십번은 깨어났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탈북자 및 북한 인권 단체들이 생각한 최종시한은 4월이었다. 한나라당에서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대화와 설득’에 방점을 찍었다. 탈북자 및 북한 인권 단체들의 요구에 “민주당이 남북관계 경색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탓”이라고 발을 뺐다. ‘통일’을 말하는 한나라당이 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북한인권법에 소극적인 것에 탈북자 및 북한 인권 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 정부 출범과 18대 국회 개원 후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초심은 사라지고 면피용 발언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 대표는 “북한인권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 6년째 발이 묶여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또 기다리라는 식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거리에 나서기 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이다.

도 대표는 “기대를 많이 걸었다”며 “의원 개인으로서, 그리고 원내대표로서 책임감을 갖고 강하게 추진해주실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런 생각도 든다”고 했다.

황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한나라당은 민생에 방점을 찍겠다며 기존 정책들을 뒤집어버렸다. 감세철회, 반값등록금 등 인기영합적인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정작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정체성을 버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도 대표 역시 그런 면을 느꼈다고 했다.

한 가닥 기대를 걸고 황 원내대표와 면담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면담에서 ‘결론을 내어야 하지 않느냐’는 도 대표 측의 물음에 황 원내대표는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이야길 꺼냈다. 황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이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지만, 여러분들이 좀더 노력해서 법안의 명분과 정당성을 널리 알리셔서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만만치 않은 분이다. 서로 잘 논의해서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도 대표는 “원내대표라는 입장에서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분이 정부가 바뀌고 법안이 다시 발의된 지 4년인데 말이라도 의지를 피력하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북한인권법의 취지에 동감하는 합리적인 분들이 있다. 정파를 떠나 북한인권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데 무얼 기다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도 대표는 한나라당이 소극적인 이유는 “탈북자 2만여명에만 국한되는 법이라고 생각해서 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헌법상 우리 영토이고 국민이라면서 이미 북한 주민들은 떼어놓고 생각하려 한다. 통일을 유도하고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법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통일을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게 도 대표의 지적이다.

도 대표는 “지금 법안도 야당의 반대와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해서 수정한 것 아니냐. 여기서 어떻게 더 바꾸자는 것인지, 실효성없는 법안 하나 만들어놓고 생색내려는 게 아니라면 그럴 순 없다”면서 “6월에도 무산된다면 투쟁의 수위를 더 높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 대표는 “단식농성이나 항의방문 이외에도 낙선운동, 기습농성 등도 고려하고 있다”며 “단체들 모두가 굉장히 격앙된 상황이다. 이번 회기 통과 여부가 18대 국회가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지 바로미터가 될 것인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꼭 지켜달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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