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10화
  • 관리자
  • 2010-07-16 10: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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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그 열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외화벌이 규정에는 토끼 머리에서부터 네발, 꼬리까지 다 붙어 있는 가죽만을 치기 때문에 세심하고 꼼꼼하게 작업을 해야만 하였다. 가엾다는 생각도 잠시뿐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엔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었다.

토끼를 잡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열 마리째 토끼를 잡고 나니 손발이 다 저리고 눈알일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힘은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을 해낸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토끼를 다잡고 조금 있으려니까 보위원이 나타났다. 그는 가죽과 고기를 가져가면서 용모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오금을 박았다. 나는 불길한 생각에 용모에게 물었다.

철환: 야! 아까는 다 토의 된 문제라고 하곤 왜 말하지 말라는 거야

용모: 나쁜 새끼들이야 보위원끼리도 서로 속여 먹을 내기 하는 거디뭐

철환: 아까는 우리담임하고 다 약속되었다고 했잖아

용모: 약속을 했갔디, 아마 저건 오늘저녁 저 새끼들 술안주로 처먹을 꺼야,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되지,... 그래서 입조심을 시키는 거라구. 철환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알지..

설화: 용모는 토끼사 담당이 지켜야할 규칙들에 대해서 나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다. 수용소에서 학교 토끼사는 축산반과 더불어 보위원들이 가장 많은 눈독을 드리는 곳이다.

그래서 보위원들이 가져다 처먹은 돼지나, 토끼 때문에 애매하게 죄를 뒤 집어 쓰고 죽어간 죄수들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용모는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그때, 그때 자기가 살아나갈 구멍을 만드는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 다음날 선전실 보위원이 토끼사에 찾아 왔다. 그는 공연히 어정거리며 토끼주변을 둘러보더니 우리에게 “어제 토끼를 몇 마리 잡았어” 하고 물어 보았다. 용모가 얼른 “다섯마리요”하고 반으로 줄여서 대답하였다. 보위원은 머리를 기웃기웃하며 가버렸다.

철환: 야! 잡기는 열 마리를 잡았는데 왜 다섯 마리라고 하니.

용모: 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야. 이자 방금 왔던 선전실 보위원 새끼는 아마도 어제 토끼고기가 얌얌 했던가봐. 그러니까 어제 왔던 보위원새끼가 열 마리 토끼 중 몇 마리는 혼자서 꿀꺽 했다는 결론이 나오거든. 그런데 사실대로 말해봐, 당장에 보위원새끼들끼리 싸움이 날게고 날벼락은 우리가 맞게 되는 거야..

설화 :나는 용모의 말을 들으면서 대충 짐작은 같지만 용모가 왜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다는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제 고기를 가져간 보위원이 나타나 “잘했다며” 우리를 칭찬해 주고 가버렸다. 수용소에 들어와서 처음 듣는 칭찬이었지만. 왠지 입 맞은 씁쓰름했다. 몇 일후 보위지도원은 우리를 또 찾아 왔다. 그는 우리에게 또 토끼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보위원: 야 너 네 전번엔 정말 똑똑하게 처신했다. 오늘도 다섯 마리만 잡아야겠다. 대가리는 잘라 버리고 고기로 불고기 하게 깨끗하게 손질해서 놔 이따 한 4시 쯤에 와서 가져 갈테니까?

설화: 보위원이 간 후 우리는 신이 나서 토끼를 잡았다. 왜냐하면 그가 대가리는 남겨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보위원이 다시 와서 고기와 가죽을 가져 간 다음 우리는 아궁이 속으로 기여 들어가 토끼 대가리를 구웠다.

몇 년만에 처음 맡아 보는 고기냄새가 입 맞을 동하게 만들고 뱃속에서는 어서 고기를 달라고 요동을 쳤다. 여태껏 먹던 쥐고기나 개구리에 비하면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용모와 나는 정신없이 토끼 대가리를 뜯어 먹었다. 그 순간만은 누가 와서 뭐라고 하든 오직 먹는데 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뼈까지 모두 깨끗이 먹어버리고 나니 배가 그득했다 배가 부르니 머리도 한결 맑아지고 눈앞도 환해 졌고 않았다 일어서면 어질어질 하던 현기증도 훨씬 덜 했다.

철환: 야! 고기가 좋긴 좋구나 막 살 것 같다야

용모: 나두 마찬가지야! 토끼사 담당으로 있으면 종종 이런 좋은 일도 생기디. 기니까 너도 남생각할 생각 하디 말고 어케서라도 보위원들한 테 잘 보여서 이곳에 오래 있을 궁리만 해.

철환: 기래 기리야 대갔어. 야 오늘 명절 쇳다야.

설화 그후에도 가끔씩 토끼 대가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대가리도 남기지 않고 몽땅 가져가는 경우에는 기대했던 것이 전부 무너져 버려 서운하고 속상 할 때도 있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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