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27화
  • 관리자
  • 2010-07-16 10: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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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스물일곱 번 째 시간입니다.

설화: 나는 우리가 처음 이곳으로 오게 되던 날을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보위 원들이 들이 닥쳐 우리 집안을 군화 발로 마구 밟고 다니며 물건들을 몰수하던 일부터 기어이 생생했다 영문을 모르던 우리 가족들은 그저 한쪽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을 수밖엔 없었다.

다음날 새벽 소련제 ‘지르’트럭이 와서 우리 가족을 태웠다. 그때 보위 원들은 우리 어머니는 타지 못하게 하였다 어머니는 몸부림치며 같이 가겠다고 애원을 하였었다.

“이제 곧 짐을 싸가지고 갈 테니 잠시 있으라! ”고 하였고 그 말을 믿은 어머니는 “철환아 미호야 엄마 곧 갈게” 하였다. 이것이 엄마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나는 3년 동안 못 본 엄마가 너무나도 그리었다 “엄마는 도대체 왜 안 오는 걸까 엄마가 살아 있는데도 왜 만날 수 없는 걸까? 엄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몇 달 후엔가 하루는 수용소내의 어른들에게 공민증 이라는 것을 교부하니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작업을 끝내고 늦은 시간에 관리소 사무실로 갔다. 조금 후에 돌아온 아버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아버지: “어머니 이것 좀 보십시오.”

할머니: “그 잘난 공민증 봐서 뭘 하겠냐, 내 것도 있는데.. 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가! 아이구 세상에 이혼 란에 에미하고 이혼했다고 적혀 있잖니. 너희들이 언제 이혼했는데.”

아버지 : “우리가 언제 이혼을 했습니까? 그런데 이자 가서 공민증을 받아 보니까 신돈옥과 이혼 이렇게 써있더구만요 도장도 찍혀 있구요.”

할머니: “설마 에미가 도장이야 찍었을라구. 저 어린새끼들을 놔두고, 분명 이놈들이 강제적으로 했을거야.. 어이구 쳐 죽일 놈들”

설화: 할머니의 말씀은 왠지 허공에 울렸다. 북조선에서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될 경우 배우자는 대부분 떼어 놓는다. 더욱이 남자가 정치범으로 수감될 경우 여자는 강제 이혼을 시키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이혼을 당한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이가 무척이나 좋으셨다. 그래서 곁에서 들 원항부부라고 소문이 나있을 정도였다.

그런 화목하던 가정이 일시에 풍지 박산 나고 남편과 자식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고 강제이혼까지 당하게 된 어머니의 심정은 또 어떠했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이고 잔인한 것인지 다는 알지 못했다. 다음날 나는 아무도 없을 때 할머니에게 조용히 물어 보았다.

철환:“ 할머니 어제 그게 무슨 얘기예요. 엄마가 어케 됐다구요?”

할머니:“ 후~ 불쌍한 새끼, 너넨 이제 엄마가 없는 외기러기가 됐구나. 엄마는 영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아버지와 엄마가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라는구나”

철환: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야요. 아버지와 엄마가 남이라니요. 아버지 와 엄마는 부부고 나와 미호는 아버지 엄마 자식이잖아요. 긴데 왜 어떻게 엄마가 남이 될수 있시오..”

할머니: "모든게 내 죄다, 내 죄, 어이구~ 이 멍청한 내가 모든 걸 망쳐놓았다. 할아버지도. 아들도 며느리도, 불쌍한 내 새끼들까지...이 천벌을 어떻게 받나..."

설화: 할머니는 내 머리를 감싸 안으며 탄식조로 중얼거리셨다. 할머니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내 머리를 타고 얼굴로 흘러 내렸다. 나는 어린마음에 어렴풋이나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젠 어머니는 우리와 아무상관이 없는 남이 되었다. 우리에겐 이제 엄마가 없다.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미호를 바라보니 나도 몰래 설움이 북받쳐 눈물이 흘렀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이혼소식을 알고 난 후 부터는 마치 실어증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그건 할머니도 마찬가지고 삼촌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집안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미호 뿐이었다.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와 삼촌의 가슴속에서는 이 저주러운 사회에 대한 끝없는 증오와 원한의 골이 깊어만 갔다. 어머니의 이혼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며칠 사이 십년을 늙으신 것 같이 보였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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