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32화
  • 관리자
  • 2010-07-16 10: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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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서른 두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똥 통속에 빠진 아이는 비칠거리면서도 다시기어 나왔다. 마치 이런 모욕은 못 참겠다는 듯이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교원은 기어 나오는 아이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이 힘껏 다시 걷어찼다.

어느새 그 아이의 머리와 얼굴은 똥과 피가 뒤엉켜 볼썽사납게 되어버렸다. 코와 입에서는 선진 피가 흘러내렸고 온몸은 똥독이 올라 점차 퍼릿 퍼릿 해졌다.

그날 그 학생은 하루 종일 손으로 똥을 퍼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멈칫거리면 당장에 가죽채칙과 구두 발 세례가 날아들었다. 오전부터 죽어라 매를 맞고 또 똥을 나르는 일을 하다나니 종당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똥통 속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 애를 우리가 들어가 겨우 끌어내서 수돗물로 대충 씻어냈다. 수돗물로 씻어내는데도 그는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교원: “ 어떤 놈이고 저 새끼 근처에 얼씬거리는 새끼 혼날 줄 알아라. 야! 저 새끼 저기 운동장 한복판에 가져다 눕혀”

정철: 야 ! 철환아 저애 혹시 영수처럼 죽은 게 아닐까? 왜 움직이지를 않지?

철환: 길세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수돗물을 뿌려대는데도 아무 인기척이 없으니까? 마치 영수가 죽었을 때 같애?

설화 : 해가 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어도 그 아이는 일어날 줄 몰랐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니 운동장에서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그 학생의 어머니가 와서 죽은 아이를 붙들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은 결국 죽었다. 멧돼지 교원과 교장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과 얼굴에는 미안해하는 기색이라고는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살기가 등등할 뿐이었다.

교원: “야! 야! 이 반동새끼들 똑똑히 봐두라 선생한테 반항하는 놈은 이렇게 되는 것을 단단히 명심하라”

학생: “야 ! 저 멧돼지새끼 손에 벌써 두 명이 죽었다. 영수도 저 새끼한테 매를 맞은 다음날 죽었잖아!”

학생1: “ 야! 조용해 저놈한테 잘못 걸렸단 끝장이야! 대체 어떤 새끼가 고자질 한거야! 택간이 같은 새끼, 뭘 받아먹고 고자질 한걸가?”

아들은 어머니의 원통한 통곡소리가 요덕의 산골짜기로 메아리쳐 갔다. 하늘에서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소나기가 내렸다. 멧돼지 교원과 교장은 비를 피해 교무실로 들어갔으나 우리들은 그대로 서서 불쌍한 동료의 마지막 길을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우리들의 운명도 저애의 운명과 무엇이 다른가? 숨이 붙어 있을 뿐이지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제부터 아무런 근심 없이 잠만 자면 되는 그 애가 부럽기까지 하였다.

갑자기 영수생각이 나서 눈물이 흘렀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한명의 동료를 억울하게 세상 밖으로 보내야 했다.

그날 저녁 나는 정철이와 함께 영수의 무덤을 찾았다. 불쌍하게 억울하게 먼저 떠나간 친구가 보고 싶어서였다. 정철이와 나는 아무말 없이 영수의 무덤 앞에 나란히 앉아 저물어가는 서산의 해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서산의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질 무렵 우리는 산을 내려와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집 동구 밖에는 할머니가 언제나처럼 나와 계셨다.

할머니: “이제 오니! 오늘은 많이 늦었구나!”

철환: “예! 정철이하구 영수 무덤에 다녀왔시요. 오늘 또 한명이 멧돼지 교원에게 맞아서 죽었시요.”

할머니: “ 데거 어카간! 그놈은 선생이 아니고 아이들을 잡는 인간 백정인가부다. 천벌을 받을놈, 어이구 이러다간 수용소의 아이들 모두 제명에 못살아 남겠다. 아까 용모네 형수를 만났었는데 용모가 펠라그라 병에 걸렸다누나! 살아나야 할 텐데 걱정이다.”

철환: “ 예! ~ 용모가요, 용모가 펠라그라 병에 걸렸다구요, 할머니 나 용모네 집에 다녀 올게요”

설화: 나는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뒤로 한 채 용모네 집으로 갔다. 용모는 영양실조에다 폐렴까지 겹쳐 열이 40도까지 올라 펄펄 끓었다. 그렇게 열이 올라도 수용소 내에서는 약 한번 쓸수가 없었다.

용모는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은 까맣고 깡마른 얼굴에는 퉁퉁 부르튼 입술만 흑인처럼 커다랗게 보였다. “용모야 , 죽으면 안돼 응? 정신 차려 ! 용모야.” 나는 용모를 붙들고 소리쳤다. 나도 모르게 설음이 북 받혀 눈물이 흘렀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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