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김정일 “비행기 타고 멀리까지 와줘 고맙다”… 메드베데프 “이웃 만나는데 거리는 문제 안된다”
  • 관리자
  • 2011-08-25 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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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의 김정일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부랴트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 인근의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라 불리는 군사기지. 동부군관구 소속 제11공수타격여단이 주둔한 곳이다.

오후 1시 55분경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를 선두로 30여 대의 차량이 기지 쪽으로 이동했다. 행렬 중간에 김정일이 탄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구형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가 보였다. 이 승용차에는 번호판이 없었다. 행렬에는 구급차도 끼어 있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 초록색 철제 펜스가 쳐진 기지 주변에는 ‘제한구역’이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정문은 파란색 베레모를 쓴 공수부대원들이 지키고, 그 앞에는 경찰이 배치됐다. 정문의 붉은색 기와지붕 초소 너머로 길게 뻗은 도로 외에는 소나무 숲에 가려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시설 안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울란우데 시내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이 기지로 가는 왕복 2차로 주변에는 오전부터 40∼50m 간격으로 경찰이 늘어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동원 가능한 경찰은 총동원된 듯했다. 핸드백을 든 여경도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경 메드베데프 대통령 일행이 탄 차량 행렬이 기지 정문을 통과했다. 취재진은 곧이어 김정일일행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정문 앞에서 대기했으나 김정일의 차량 행렬은 4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낮 12시경부터 기지 일대의 보안태세가 대폭 강화됐다. 헌병과 경찰은 먼저 정문 앞 일반 차량을 내보낸 뒤 취재진에도 철수를 요구했다. 기자들은 걸어서 2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왜 쫓아내느냐’는 질문에 “델리가치야(사절단)가 온다”고 답했다.
이어 보안요원들이 기자들에게 다가와 기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촬영하고 신분증을 확인하기도 했다. 얼굴 사진 찍기를 거부해도 막무가내로 사진기를 들이댔다. 사진기자들에게는 “(촬영 장면이 김정일 일행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오후 1시 반경에는 기지 주변의 차량 통행이 완전히 금지됐다. 농가의 어린이들이 담이나 지붕에 올라가 지켜보자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밭일을 가려고 나서던 할머니들이 제지를 받고 큰 소리로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오후 4시경 기지 상공에서 공수부대원 10여 명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사격 소리도 들렸다. 훈련은 약 10분 동안 이어졌다. 김정일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낙하 시범을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은 오전에 회담 장소로 가기 전 울란우데 시내 부랴트공화국 정부청사 옆에 있는 레닌 머리 동상에 들렀다. 현지 언론은 김정일이 혁명 지도자 레닌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레닌 머리 동상은 높이가 7m로 러시아에서 제일 큰 레닌 두상 조형물이다.

이어 김정일은 시내의 대형 쇼핑몰인 메가티탄을 방문했다. 쇼핑몰 손님과 직원들이 놀라움을 표시했고 김 위원장은 이곳에 20분간 머물렀다. 김 위원장은 쇼핑몰 관계자에게 “식용유가 몇 종류나 되느냐”며 생필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정상회담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여기(부랴트자치공화국)도 우리나라의 한 부분이다. 이웃, 동반자 문제를 얘기할 때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번 여정에서 보고 싶었던 것을 다 볼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김정일은 “매우 즐거운 여정이었으며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일의 열차는 정상회담 뒤 울란우데를 떠나 시베리아 동쪽인 치타 방향으로 갔다. 귀국길은 △온 길을 조금 돌아가 카림스캬 역에서 만주횡단철도(TMR)로 중국을 통과하거나 △온 길을 돌아가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귀환할 수 있다. 중국을 경유하면 TSR 노선보다 적어도 1500km는 거리가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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