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케네스 배 '북 억류' 비망록 "나는 하나의 협상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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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8 1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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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기간에 미 국가정보국장 외에 오바마 특사가 찾아온 적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북한에 2년여 억류됐었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비망록에서 "수감 기간에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이 아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라는 인물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공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배씨는 2012년 11월 3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뒤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그 후 북미 협상으로 2014년 11월 8일 미국인 억류자인 매튜 토드 밀러와 전격 석방돼 미국으로 귀환했다.

WSJ는 최근 발표된 비망록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배씨가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지 수개월 후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라는 인물이 찾아와 미 행정부가 자신의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케네스 배 억류사건으로 클래퍼 국장이 아닌 미 대통령 특사가 방북했다는 얘기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망록에서 배씨는 "특사라고 밝힌 인물이 의사와 함께 찾아와 건강검진을 해줬고 떠날 때 사진을 찍어갔으며, 그 사진은 가족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진은 내 가족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그러면서 "몇 개월 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찾아왔다"면서 "클래퍼 국장을 병원에서 면담했으며, 그 병원은 건강이 좋지 않아 (북한 기관원들의 안내로) 자주 갔던 곳"이라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은 2014년 11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했으나 북한 측은 클래퍼 국장을 대통령 특사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퍼 국장은 당시 북한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상대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서한에 북한 측이 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자 특사 대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WSJ는 케네스 배의 북한 억류기간이 6·25 전쟁 이후 미국인 억류자로선 최장기였다면서, 비망록에는 북한 당국이 국제적인 고립이 심화하는 속에서도 외국인을 억류하는 동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을 공격하는 설교 내용이 담긴 하드 드라이브가 북한 당국에 발견돼 적대범죄혐의가 적용됐던 배씨는 비망록에서 "재판 전에 북한의 검사가 '몇 년 형을 받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는 재판 후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그러면서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북한이 미국을 나쁘게 보는 가운데 내가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썼다.

배씨는 기독교 서적 출판사인 토머스 넬슨을 통해 '비망록: 북한 수감생활의 진짜 이야기'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한편, 현재 북한에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1)가 중국 시안(西安)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여행하던 중 숙소인 호텔의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이유로 억류돼 있다. 그는 '국가전복 음모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3월 16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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