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연평 도발- 충격파에 안보의식 변화조짐
  • 관리자
  • 2010-12-01 0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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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불감증' 줄어…세대간 간격 좁혀져
"민간인 희생에 젊은세대 충격 큰 듯"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안보불감증'이라는 비판이나 지적을 받아온 젊은 세대에서 북한을 현실적인 적(敵)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세대간 `안보의식 갭(Gap)'도 그 간격이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차례 벌어진 남북간 군사적 충돌과는 달리 이번 도발사태가 전쟁의 참상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데 따른 현상이라는 진단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쟁 참상 보여준 北 도발 = 이번에 군부대와 민간인 거주지를 가리지 않고 우리 영토에 북한이 쏜 포탄이 떨어지면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도 사망했고, 살아남은 연평도 주민이 앞다퉈 피난 행렬에 나선 것은 그야말로 `작은 전쟁'으로 국민들 눈에 각인됐다.

   이른바 `전후(戰後)세대'는 연평도 주거지역 건물이 포탄에 폐허가 된 모습이나 순직 장병의 영결식에서 유족이 오열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수일간 지켜봤다.

   외국의 전쟁이나 6·25를 겪은 어른들에게서 전해듣고 막연히 알고 있었던 전쟁의 참혹함을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한 셈이었다.

   이처럼 전쟁이 무엇인지를 체감하면서 국민들은 말로만 외쳐온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해군 장병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놓고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했던 인터넷은 연평도 도발 이후엔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일각에서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네티즌은 이를 일축했고,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이나 블로그에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는 등의 강경주문이 쏟아졌다.

   ◇"北 강력 응징해야"…바뀐 안보觀 =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와 적개심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국민 64.8%가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에도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80.3%가 `연평도 사태 당시 우리 군이 더욱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도발이 또 있을 때 정부 대응을 묻는 질문에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제한된 범위의 군사력 동원'(40.5%)을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고,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강력한 군사적 응징'(25.0%)이 뒤를 이었다.

   새터민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안보의식이 강화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을 떠난 청소년을 지원하는 단체인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윤상석 남북통합지원팀장은 "각급 학교에 통일교육을 하러 자주 나가는데 이번 사태 이전에는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막연한 존재로 인식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의 참모습을 인식하면서 우리 동포이지만 안보에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도 "새터민들이 보기에 남한 사람의 대북인식이나 안보의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확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여겨지던 20ㆍ30대의 경우 안보관의 변화 양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1일 연합뉴스가 접촉한 30대 직장인이나 20대 대학생들은 연평도 도발 이후 우리나라가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 상황에 놓여있다는 인식을 더욱 확실히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준비생인 김근영(29)씨는 "정말 불안하다. 한미연합훈련 때는 잠도 못잤다"며 "주위 친구들 모두 북한이 주적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번 사건이 일단락되더라도 커질대로 커진 불안감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재욱(25)씨는 "군복무 중에도 안일한 태도를 갖는 게 사실인데 전쟁이 터졌을 때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처럼 무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강호영(36)씨도 "천안함 사태에 이번 도발까지 크게 놀랐고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쟁을 겪은 세대와 안보의식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의 하상윤(24)씨는 "이제는 불시에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다"며 "전쟁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없어 막연한 안도감이 있었는데 부모님 세대와 그 격차가 많이 좁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 = 전문가들도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의 의식에 변화 조짐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민간인 포격에 젊은 세대의 충격이 큰 것 같다. 이들이 대북 포용정책과 평화 패러다임을 지지했는데 한계를 느끼고 기존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도 "추측하건대 군 징집 대상인 젊은 사람들에게 전쟁에 대한 공포가 좀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동안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관념적이었다면 현실적으로 바뀌었고 전쟁 두려움도 현실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을 남한의 적(敵)으로 바라보는 의식의 변화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김호기 교수는 "좀 지켜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안보의식이 강화될 수도 있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젊은 세대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신복룡 석좌교수는 "젊은이들 대다수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여전히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이후 나타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에 북한에 적대적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확고한 소신을 갖고 행동으로 옮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 시대는 북한과 갈등이 이미 만성화됐고 타성적으로 흘러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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