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北 암시장 환율 7년새 19배로 폭등
  • 관리자
  • 2012-01-06 09: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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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경제위기로 북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환율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19배로 폭등한(북한 원화가치는 급락)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매년 160% 오른 것으로, 남한이 2007년 외환위기 시절 겪었던 환율 폭등을 북한은 매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 경제는 사실상 중국에 종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5일 통계청이 작성한 ‘통계로 보는 남북한 변화상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2002년 7월 달러당 200원에서 2008년 7월 3200원, 2009년 3월 3800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6년 8개월 동안 19배로 높아진 것으로, 이 기간 환율이 연평균 160% 오른 것이다.

북한의 암시장 환율은 북한 정부가 정한 공식 환율보다 4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환전소에서 적용하는 공식 환율은 2002년 달러당 2.21원에서 2008년 130원으로 올랐으나 2009년부터는 달러당 1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통용되는 환율은 공식환율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 지역 외화교환소 환율, 암시장 환율을 비롯해 3가지가 있다. 물론 암시장 환율이 실제 화폐가치를 가장 잘 반영한다.

북한의 환율이 폭등한 것은 무역수지 적자가 악화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수출액은 1997년 9억1000만 달러에서 2009년 10억6000만 달러로 제자리걸음을 한 데 반해 수입액은 에너지난으로 석탄 등 광산물 수입이 늘면서 같은 기간 12억7000만 달러에서 23억50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후반까지 3억∼4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무역수지 적자는 2000년 8억6000만 달러, 2005년 10억1000만 달러, 2009년 12억9000만 달러로 적자폭이 계속 확대됐다. 2009년 북한의 수출 규모가 10억6000만 달러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무역수지 적자가 전체 수출량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자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을 통한 전자기기 수입액은 1998년 970만 달러에서 2010년 2억1600만 달러로 22배 이상으로 늘었다.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화폐를 찍어내면서 물가도 폭등해 쌀 가격이 2002년 1kg에 45원에서 2008년에는 2000원대로 6년 만에 44배 이상으로 올랐다.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990년까지 54%였던 대러시아 수입의존도가 2008년에는 3.6%까지 떨어진 반면,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같은 기간 14.7%에서 75.7%로 높아진 것. 북한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2005년까지 50%대에 머물렀지만 2006년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급격히 높아져 지난해에는 9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08년에는 북한이 유치한 해외직접투자(FDI) 4380만 달러 가운데 중국 투자액이 4128만 달러로 94%를 넘어섰다.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북한 자원개발 등 각종 경제프로젝트를 독식하고 있는 데다 체제 안정이 시급한 북한이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외 개방에 나설 소지가 낮아 대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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