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핵실험 대비 800m 파들어 가

1㎞ 뚫으면 실험 가능…
갱도 근처 쌓인 토사로 작업 진척 속도 추정… 우라늄탄 실험할 수도

평양서 버튼만 누르면…
새 미사일시험장 완공… 공기부양정 침투기지도 언제든 도발 준비 갖춰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했던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새 핵실험용 갱도를 800여m 파 들어간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갱도를 1㎞쯤 뚫으면 3차 핵실험이 가능하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대화 공세에 진전이 없을 경우 3차 핵실험이나 중·장거리미사일 발사, 공기부양정을 동원한 기습 침투 등으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풍계리 굴착 속도가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되면 4월 초·중순 이후엔 언제든지 3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12월까지 500m쯤 팠었다. 한·미 정보당국은 갱도 인근에 쌓인 토사(土砂)의 양(量) 등을 정찰위성으로 찍어 파 들어간 작업의 진척 정도를 추정해 왔다. 일각에서 북한이 2~3개의 새 갱도를 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군 소식통은 "여러 개를 파고 있다는 징후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3차 핵실험에 우라늄탄 선보일까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플루토늄으로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1차 핵실험의 폭발 규모는 0.8㏏(1㏏은 TNT 폭약 1000t), 2차는 4~5㏏ 정도였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폭발 규모는 15㏏이었다. 북한의 핵 능력이 예상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는 5번, 파키스탄은 6번의 핵실험을 통해 완전한 핵 보유국이 됐다"며 "북한 역시 기술적으로 추가 핵실험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우라늄탄을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군 소식통)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30~50㎏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플루토늄 핵실험을 계속 할수록 재고(在庫)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플루토늄을 만드는 영변 원자로는 현재 가동이 멈춘 상태다. 따라서 우라늄농축 설비인 원심분리기를 통해 얻은 우라늄으로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영변을 방문한 미 핵과학자 헤커(Hecker) 박사에게 '초현대식(ultra-modern)' 우라늄농축 설비(원심분리기)를 공개해 주변국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북, 다양한 도발카드 준비

지금 북한은 핵실험 외에도 다양한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작년 말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새 미사일시험장을 사실상 완공했다. 이 시험장은 이동식 레이더 추적장비 등만 배치하면 언제든지 미국을 겨냥해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나 그 개량형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 또 북한은 백령도에서 불과 50~60여㎞떨어진 황남 용연군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공기부양정은 30~50명의 병력을 태우고 시속 70~90㎞로 고속 침투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새 공기부양정 기지에서 30~40분이면 백령도 기습 침투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평양에서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 도발할 수 있는 준비를 점차 갖춰 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화전(和戰) 양면술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항상 대화와 도발을 병행해 원하는 걸 얻어왔다"며 "이번에도 한·미가 자신들의 대화 공세를 받아주지 않으면 언제든 도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은 교착 국면 때마다 핵 카드를 이용해왔다. 1차 핵실험(2006.10)으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풀어냈고, 2차 핵실험(2009.5)을 통해 김정일 건강이상으로 이완 조짐을 보이던 내부를 단속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선군(先軍)정치의 상징인 핵을 가지고 '김정은 후계 업적 쌓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평안남도(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핵시설 인근지역 중문으로 이 기사 읽기 영문으로 이 기사 읽기 일문으로 이 기사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