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6-05-17 0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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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우방과의 관계 재설정이 큰 기조…김정은과 대화, 행동변화가 전제
트럼프가 1순위로 공개 소개한 '외교 보좌역' 왈리드 파레스 인터뷰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한반도 구상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BAU 국제대학 부총장으로 트럼프의 외교 담당 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58)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전체적인 외교·안보 기조에 더해 한국과 북한, 그리고 한반도 전체에 대한 트럼프 구상의 일단을 소개했다.
파레스는 트럼프가 지난달 말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해 "미국의 국익을 가장 첫 번째로 중시하지만 '오직' 미국 만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앞세울 것이고 그다음이 동맹과 우방, 그러고 나서 국제안보를 다룰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법'으로 설명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동맹·우방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고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등 유럽과 아시아 동맹의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방침을 밝힌 것도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우방과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이런 큰 그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파레스가 처음으로 밝힌 트럼프의 한반도 구상, 특히 대북접근법 역시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파레스는 이와 관련해 단계적 접근법을 의미하는 '서클 애프터 서클'(circle after circle), '4단계 접근법'(four levels approach)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당근(대화)과 채찍(압박) 병행'이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파레스는 구체적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바로잡고 동맹을 견고하게 만들며 ▲일본을 비롯한 역내 동맹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며 ▲북한이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할 경우 미국과 동맹들이 '결의'를 보여주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의 관계를 재설정함과 동시에 협력을 강화해 공고한 방위태세를 구축하고 이어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압박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며, 마지막으로 북한을 상대로 직접적 압박을 가한다는 구상이다.
파레스는 북핵 위협과 관련, "트럼프의 생각은 매우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북한의 핵위협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북핵 불용의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가 그동안 '미치광이'(maniac)라고 비판해 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여부에 대해 "트럼프는 누구와도 협상할 수 있다는 게 기본적 원칙이지만 북한 정권이 계속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협상할 필요가 없다. 먼저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단언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죌 것임을 예고했다.
마지막 단계로 언급된 미국과 동맹의 '결의'는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다자 제재와 더불어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파레스는 트럼프가 그동안 역설해 온 중국 역할론도 거듭 강조했다.
파레스는 "우리는 양자와 다자 회의 계기에 중국을 모든 방향에서 압박할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매우 크고 심각한 것이어서 무역과 경제, 안보와 관련한 중국과의 어떤 협상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합의를 볼 수 없다"고 말해 '무역 전쟁'을 불사하고서라도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제는 트럼프의 4단계 접근법 이행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가중되고 재정적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파레스가 단계별 전략을 상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관련 발언 등을 통해 그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과의 관계를 바로잡고 동맹을 견고하게 만드는 1단계 접근에는 "한미동맹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수십 년간 존재해 온 동반자 관계로, 이 같은 관계를 더 나은 관계로 만들어 가기를 원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양국 간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한미 FTA 재검토 또는 재협상 문제가 포함돼 있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선 트럼프가 최근 CNN 방송 인터뷰에 나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100%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파레스가 "협상 테이블에서 제시할 최대치를 보여준 것"이라며 전략적 '협상 카드'임을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상당 부분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 역시 "마지막 시나리오다", "마지막 시나리오에 곧장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협상가로서의 표현이다"라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우리 정부에 대한 실질적 '압박 카드'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다 한미FTA와 관련해서도 "트럼프의 입장은 모든 협정에 대해 원점(ground zero)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라틴어로 '타불라 라자'(tabla raza.빈 테이블) 개념에서 테이블을 모두 치워놓고 시작하고 싶어한다"고 말해 재검토 내지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레스가 비록 "재협상이 모든 것을 취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부연했지만, 이는 공화당 소속 오린 해치(유타) 미 상원 재무위원장이 앞서 지난 3월 초 한국의 한미FTA 이행 미흡을 공개 주장한 것과 맞물려 양국 간의 심각한 무역분쟁의 소지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해치 위원장은 당시 안호영 주미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에 대해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합의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약값 결정 과정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정부 기관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금융정보 해외위탁 규정 등 5개 항목은 이행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외교 소식통은 "방위비 분담금, 자유무역협정 등 트럼프의 주장은 유럽과 아시아 동맹 등을 포괄적으로 겨냥한 원칙적 발언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논의돼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파레스도 "트럼프의 발언이 바뀌지는 않지만 진화하고 있다"고 말해 공약 수정 내지 변경의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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