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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13 09: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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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이 130여 명의 외신기자를 평양에 초청해 놓고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돌발 행동을 우려해 이들을 노동당 제7차 대회 행사장에들여보내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공작원 출신인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2일 개최된 '북한의 노동당 7차 당 대회 평가 및 향후 전망'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김정은의 경우 아직 젊은 나이(32세)로, 즉흥적, 돌발적 행동을 많이 해 장시간 회의하는 동안 어떤 실수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북한 당국의 외신 취재진에 대한 보도 통제 배경을 추정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외신기자들이 장시간 김정은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생하게 보도하면, (자칫 실수로) 국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의 동향 탓에 집권 5년 동안 공식행사에서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무려 3시간 동안 A4용지 70여 장, 7만2천 자 분량을 읽어내려가는 '마라톤연설'을 했는데 그의 목소리가 실제 나이보다 20세 더 많은 50대로 측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장 170cm, 체중 130kg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연단을 두 팔로 짚고 연설하면서 지속적으로 몸을 양쪽으로 흔드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띄었다. 오랜 시간 몸무게를 지탱하려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무게중심을 왼쪽, 오른쪽으로 옮겼다는 분석이다.
하체에 무리가 가는 걸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의 이런 설명에도 북한이 대규모로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도 정작 취재현장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북한은 당 대회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당 대회와는 무관한 평양 시내 전선공장과 협동농장, 백화점, 산부인과, 김일성 생가 등으로 안내했다.
당 대회 개막일인 6일 오전 외신기자들에게 멀찌감치 떨어져 건물 외관을 찍게 하면서 북한의 '도를 넘은' 언론통제는 예고됐었다.
심지어 김정은을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다"고 표현한 영국 BBC 취재진을 행사 중간에 강제추방해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36년 만에 개최된 당 대회를 취재하러 방북한 각국의 취재진이 졸지에 '단체 관광객','수용자'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북한은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한 듯 마지막 날 일부 기자들만 선별해 행사장 출입을 허용하는 '꼼수'를 보였지만 도를 넘은 언론통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거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고수위로 내세운 김정은의 리더십을 세계에 알리는 주체는 북한 매체가 아닌 외신기자들의 몫이었다"면서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북한과 세계언론의 관계가 잘못 설정돼 앞으로 곤혹스러운 장면이 자주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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