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기묘한 경험이었다"…역효과 부른 北 외신 초청
  • 관리자
  • 2016-05-11 08: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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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멸균 처리된 현실…당대회 취재 외신들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36년 만에 열린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에 초청받았지만 보도 통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외신들이 폐막 후 평양의 민낯을 전하면서 북한의 선전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불경하게' 보도했다는 이유로 BBC 기자가 추방된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당대회 취재에 초청된 130여명의 기자들에게 공포와 좌절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당대회 현장에는 30여명의 기자만 갈 수 있었고 나머지는 신혼부부의 결혼 축하연이 열리는 사격장으로 갔다"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는 '아름답지 않은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현장에 참석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당대회 행사장 밖의 외신 기자들 [AP=연합뉴스]


ABC 뉴스 테리 모런 기자는 '평양의 5일'이라는 기사에서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더 길게 느껴졌다"며 "우리를 따라다닌 두 명의 감시원은 '항상 존재하는 예의 바른' 주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했던 공장의 모습은 진열장과 같았다며 견직 공장 견학 때 벽에 걸린 김일성, 김정일의 거대한 초상화를 보면서 최면에 걸린 듯했다고 전했다.

모런 기자는 이런 숭배가 기묘했지만 북한 주민들, 적어도 북한 당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고 김일성, 김정일의 신체 일부가 드러나는 사진을 찍으면 삭제 요구를 받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평양을 떠나는 날 새벽 호텔 창문을 열었을 때 텅빈 거리에서 북한 정권의 시끄러운 홍보 음악만이 정적을 깨뜨렸다며 평양 시내의 아침 모습을 전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퍼블릭 라디오 인터내셔널'은 "북한이 외신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실상을 공개하는) 도박을 하지는 못했다"고 비꼬면서 보도 통제를 비판했다.

인민문화궁전 취재를 갔다가 허탕만 쳤던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북한 관리들이 '멸균 처리된 현실'만 보여 주려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지적했고, LA타임스 아시아 특파원은 바바라 데믹은 "모든 게 무대 위에 있는 '트루먼 쇼'의 완결판"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에서 추방돼 베이징에 도착한 BBC 윙필드 헤이스 기자 [AP=연합뉴스]


미국 CNN은 북한 언론이 완벽하게 국가 소유로 통제되고 있으며 정권 비판 내용은 한 줄도 쓸 수 없고 기사의 대부분은 정권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추방된 BBC 기자가 보도했던 내용이 많은 언론이나 북한 전문가가 늘 언급했던 것과 다른 것도 아니었다고 평가하면서 그런 보도와 관련해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비주류'일 뿐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추방됐던 BBC 윙필드-헤이스 기자의 공격적인 취재 때문에 대본과 다른 코멘트를 하는 북한 주민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소개하면서 "모든 언론이 고민하는 문제"라고 전제한 뒤 북한이 그은 경계를 넘어서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는 파이필드 기자의 말을 소개했다.

평양 명소 견학만 해야 했던 외신 기자들은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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