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제2의 군함도 막아라…정부, 日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저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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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9 07: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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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노역 현장 또 추진…신청시 심사해 2023년 6월 등재여부 결정

정부 "유네스코에 대한 도전, 유산위원국 전방위 교섭"…한일관계 또 악재

'조선인 강제노역'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조선인 강제노역'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佐渡)광산이 일본 문화심의회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됐다고 교도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화심의회의 이런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지 여부를 내년 2월 1일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2021.12.27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경윤 기자 =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었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하면서 2015년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 등재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한일 간 대결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돼서는 안 된다고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적 외교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28일 니가타(新潟)현에 있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위한 후보로 선정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수순에 사실상 돌입한 것이다. 내년 1월 내각 각의에서 정식 결정하면 2월 1일 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신청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23년 5월까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하 이코모스)의 심사를 받고 같은 해 6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정식 결정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이 에도시대에 수작업 기술로 금을 대규모로 채굴했다는 등의 의미를 부여하지만, 과거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이 이뤄진 곳이라는 점이 문제다.

전시 기간 중 1천200여 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져야 하고 관련 역사가 균형되게 서술돼야 한다"며 "강제노역이라는 보편적 인권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충분한 서술 없이 등재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신청서 내용을 분석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부적합한 이유와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릴 필요성 등을 유네스코와 이코모스 등에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청서 내용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외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단계별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일본 문화청에 제출한 사도광산 추천서 요약본은 대상 기간을 '센고쿠(戰國)시대(1467∼1590년) 말부터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일제 강점기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이는 강제노역 인정을 피하려는 '꼼수'로 해석할 수 있다.

메이지 근대산업시설 때도 일본은 등재 시기를 1850∼1910년으로 한정해 강제노역 문제 제기를 회피하려 했지만, 이코모스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당시 일본이 사실상 강제노역을 인정하도록 하는 지렛대로 작용했다.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를 심의해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을 상대로 사도광산 등재의 부적절성을 설득하는 외교 교섭도 전방위적으로 펼 계획이다.

특히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근대산업시설의 강제노역 역사를 알리기로 약속한 것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네스코가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약속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한 마당에 비슷한 강제징용 역사가 있는 유산을 가져온다는 것은 유네스코 결정과 기구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책임감 있는 회원국이라면 일본이 이런 유산을 가져온 것을 반드시 문제 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일이 모두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었던 2015년과 달리 현재 일본은 위원국이고, 한국은 아니라는 점이 향후 외교전에서 제약이 될수도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 위원국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며 비위원국은 발언권이 없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은 위원국이고 우린 아닌 것은 불리한 측면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전문가 심의에서 여러 변수와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우리도 2024년부터는 위원국 자격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근대산업시설 등재 당시 한일 양국은 강제노역 인정 문제와 등재 결정문 문안 등을 둘러싸고 외교력을 총동원한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사도광산 문제 역시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이미 경색된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한일관계가 당시보다 더 악화한 터라 양국의 타협 여지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본 정부가 실제로 추천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와 향후 추이를 주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NHK는 일본 문화청이 사도광산과 관련, '(추천 후보) 선정은 추천 결정이 아니며, 앞으로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과거에는 없었던 단서를 달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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