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남측 탈북자 이슈화에 北가족 우려·불만 고조
- 관리자
- 2012-02-26 07:22:21
- 조회수 : 2,682
""南언론이 한국행 혐의 인정해준 격…가중처벌 위기"
北인권단체 "언젠가는 쟁점화될 문제…이번이 기회"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 "남조선 아새끼들은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냐. 남조선 신문에서 내 아들이 아랫동네(남한) 가다가 붙잡혔다고 떠들어 댔으니 이제 갸(아들)는 완전히 죽었다."
지난 25일 밤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정수남(가명.59) 씨가 서울에 사는 딸(정모 씨.30)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20대 초반인 정씨의 아들은 이달 초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갔다가 선양(瀋陽)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힌 뒤 현재 투먼(圖們)으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한국에 입국한 정씨의 딸은 무작정 두만강을 건넌 남동생을 데려오려고 브로커에게 돈을 부쳤으나 지난 12일 브로커로부터 "남동생 일행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들었다.
북송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투먼 교두를 건너 북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 넘겨지면 먼저 온성군 보위부에서 기초 조사를 받는데 이때 '단순 월경자'면 함경북도 청진시 농포집결소로, 한국행 혐의가 있으면 (함북)도 보위부로 이송된다"고 말했다.
농포집결소에 가면 보통 6개월의 '노동단련' 처벌을 받지만 도 보위부에서 '심화조사'를 받으면 3∼5년의 교화(징역)형을 받는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일부 탈북자는 "이번에 북송되는 사람들이 김정일 애도기간에 도망친 데다 국제적으로 소문까지 났으니 아마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며 "관리소(정치범수용소)보다 교화소(감옥)가 더 무서운 곳이다. 거기서 10년 형기를 다 마치고 살아나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자신의 사촌 언니가 지난 주말(18일께) 투먼 교두를 통해 북송됐다고 언론에 알린 전영옥(가명.25) 씨는 23일 또다시 북한에 있는 사촌오빠 김모 씨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현재 보위부에서 조사 중인 여동생을 빼내려고 김씨가 보위부 간부들에 로비를 시도했으나 그들은 "웬만하면 단순 월경자로 처리해 뒷문으로 빼주겠는데 이번엔 위에서도 갸(붙잡힌 사람들)들이 남조선행 기도(시도)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전씨와 통화에서 "그래 봐야 교화(징역) 몇 년 먹겠지. 일단 감옥에 간 뒤 돈을 주고 병보석으로 빼든가 해야지 않겠느냐"며 "걱정 마라. 위(당국)에서 아무리 강하게 처벌하라고 내리 먹인들 아래서 그대로 하는 거 봤느냐"고 오히려 전씨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김씨도 "한국에서는 이번에 붙잡혀간 사람들 다 총살당한다고 난리법석이다. 한국 언론도 매일 이번 사건을 크게 보도한다"는 전씨의 말에 "제발 좀 그만 하라고 해라. 그러다가 진짜로 사형되면 자기들이 책임지겠느냐"고 버럭 화를 냈다고 전씨는 전했다.
한 탈북자는 "중국의 탈북자 북송이 어제오늘 일이냐. 한국 언론이 떠들어대도 중국은 콧방귀도 안 뀐다"며 "한국 정부도 중국을 자극할까봐 전전긍긍하는 판에 달라지는 게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반미(反美)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한국 정치인들이 중국은 왜 그리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며 "탈북자들이 중국대사관에 폭탄을 던진다면 모를까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카드'가 없이는 '탈북자 북송반대'가 빈 구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대북소식통들은 중국이 매해 몇천 명의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한다고 추정한다.
한 탈북 브로커는 "중국 변방부대 간수를 매수했는데 그 간수가 2월 현재 중국 공안의 조사를 끝내고 북송 직전에 있는 탈북자가 지린(吉林)성 변방부대 전산자료상에 집계된 것만 2백여 명이라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일부 탈북자와 북송 탈북자 가족은 이번에 한국 언론과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30여 명의 탈북자가 매해 북송되는 탈북자의 숫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남한의 요란한 이슈화로 탈북 당사자들이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구출사업을 몇년 째 계속해온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은 가중처벌을 받겠지만, 국제사회가 중국의 탈북자 북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성과"라며 "그들(30여 명의 탈북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쟁점화돼야 할 문제였다"며 "잡혀간 사람들의 희생이 있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의 북송을 막으려면 이 문제를 계속 확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oonik@yna.co.kr
연합뉴스 (끝)
北인권단체 "언젠가는 쟁점화될 문제…이번이 기회"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 "남조선 아새끼들은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냐. 남조선 신문에서 내 아들이 아랫동네(남한) 가다가 붙잡혔다고 떠들어 댔으니 이제 갸(아들)는 완전히 죽었다."
지난 25일 밤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정수남(가명.59) 씨가 서울에 사는 딸(정모 씨.30)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20대 초반인 정씨의 아들은 이달 초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갔다가 선양(瀋陽)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힌 뒤 현재 투먼(圖們)으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한국에 입국한 정씨의 딸은 무작정 두만강을 건넌 남동생을 데려오려고 브로커에게 돈을 부쳤으나 지난 12일 브로커로부터 "남동생 일행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들었다.
북송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투먼 교두를 건너 북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 넘겨지면 먼저 온성군 보위부에서 기초 조사를 받는데 이때 '단순 월경자'면 함경북도 청진시 농포집결소로, 한국행 혐의가 있으면 (함북)도 보위부로 이송된다"고 말했다.
농포집결소에 가면 보통 6개월의 '노동단련' 처벌을 받지만 도 보위부에서 '심화조사'를 받으면 3∼5년의 교화(징역)형을 받는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일부 탈북자는 "이번에 북송되는 사람들이 김정일 애도기간에 도망친 데다 국제적으로 소문까지 났으니 아마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며 "관리소(정치범수용소)보다 교화소(감옥)가 더 무서운 곳이다. 거기서 10년 형기를 다 마치고 살아나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자신의 사촌 언니가 지난 주말(18일께) 투먼 교두를 통해 북송됐다고 언론에 알린 전영옥(가명.25) 씨는 23일 또다시 북한에 있는 사촌오빠 김모 씨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현재 보위부에서 조사 중인 여동생을 빼내려고 김씨가 보위부 간부들에 로비를 시도했으나 그들은 "웬만하면 단순 월경자로 처리해 뒷문으로 빼주겠는데 이번엔 위에서도 갸(붙잡힌 사람들)들이 남조선행 기도(시도)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전씨와 통화에서 "그래 봐야 교화(징역) 몇 년 먹겠지. 일단 감옥에 간 뒤 돈을 주고 병보석으로 빼든가 해야지 않겠느냐"며 "걱정 마라. 위(당국)에서 아무리 강하게 처벌하라고 내리 먹인들 아래서 그대로 하는 거 봤느냐"고 오히려 전씨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김씨도 "한국에서는 이번에 붙잡혀간 사람들 다 총살당한다고 난리법석이다. 한국 언론도 매일 이번 사건을 크게 보도한다"는 전씨의 말에 "제발 좀 그만 하라고 해라. 그러다가 진짜로 사형되면 자기들이 책임지겠느냐"고 버럭 화를 냈다고 전씨는 전했다.
한 탈북자는 "중국의 탈북자 북송이 어제오늘 일이냐. 한국 언론이 떠들어대도 중국은 콧방귀도 안 뀐다"며 "한국 정부도 중국을 자극할까봐 전전긍긍하는 판에 달라지는 게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반미(反美)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한국 정치인들이 중국은 왜 그리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며 "탈북자들이 중국대사관에 폭탄을 던진다면 모를까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카드'가 없이는 '탈북자 북송반대'가 빈 구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대북소식통들은 중국이 매해 몇천 명의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한다고 추정한다.
한 탈북 브로커는 "중국 변방부대 간수를 매수했는데 그 간수가 2월 현재 중국 공안의 조사를 끝내고 북송 직전에 있는 탈북자가 지린(吉林)성 변방부대 전산자료상에 집계된 것만 2백여 명이라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일부 탈북자와 북송 탈북자 가족은 이번에 한국 언론과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30여 명의 탈북자가 매해 북송되는 탈북자의 숫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남한의 요란한 이슈화로 탈북 당사자들이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구출사업을 몇년 째 계속해온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은 가중처벌을 받겠지만, 국제사회가 중국의 탈북자 북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성과"라며 "그들(30여 명의 탈북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쟁점화돼야 할 문제였다"며 "잡혀간 사람들의 희생이 있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의 북송을 막으려면 이 문제를 계속 확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oonik@yna.co.kr
연합뉴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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