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김정은 6개월] 祖·父 사이 '줄타기' 통치방식
  • 관리자
  • 2012-06-29 09: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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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선군노선 표방…‘인민형’ 조부 스킨십 연출
전문가들 “투명성 등 차별화 가능성도 엿보여”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스타일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통치방식이 함께 녹아있다.

김 1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 ‘선군정치’로 요약되는 유훈통치를 공식화하며 정책적으로 강경노선을 천명했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부친과 사뭇 달랐다.

은둔형 지도자였던 부친과 달리 TV생중계 등을 통해 대중 앞에 자주 섰고 공개연설도 마다하지 않는 점 등에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통치스타일과 많이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년3개월이라는 짧은 통치수업 기간으로 인해 권력기반이 취약했던 김 1위원장으로서는 부친 사후 부친의 ‘후광’에 우선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처럼 군에 힘을 실어주는 선군정치를 내세워야 했다.

올해 1월1일 선군정치의 출발점이 된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첫 공개시찰 장소로 택한 그는 틈만 나면 군부대를 찾았다. 올해 1월1일∼2월3일 이뤄진 15차례의 공개활동 중 10차례가 군사분야와 관련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을 일으킨 4군단 예하부대를 시찰해 ‘보복타격’을 언급하고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 등도 선군 행보라 할 수 있다.

김 1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체제안정의 핵심인 군부를 신속히 장악해야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29일 “부친의 선군정치가 현재로선 유일한 영도방식이니까 군부를 포용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반영된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은 실질적으로 당 우위의 체제운영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1위원장이 대외활동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김 1위원장은 대중 앞에 자주 섰던 김 주석처럼 지난 4월15일 김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린 열병식과 이달 6일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 소년단 연합단체대회에서 10∼20분간 공개연설을 했다.

각종 현지지도에서는 군인들과 팔짱을 끼거나 놀이공원의 잡초를 뽑고 부실한 공원 관리실태를 질타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전의 부친에게서는 좀체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이런 행보는 김 위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숭배를 더 많이 받는 김 주석의 ‘인민 친화형’ 이미지를 빌려 부족한 카리스마를 보강하려는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조부나 부친의 리더십과 차별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의 발사 실패를 즉각 시인한 점이나 김 1위원장이 지도자의 책무를 직접 강조하고 나선 점 등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는 것이다.

김 1위원장은 4·15 공개연설에서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부친과 대조적인 모습을 모여주고 있다. 김일성과 비교해도 투명성 등이 더욱 진전된 모습”이라며 “서방에서의 교육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의 성격을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김 1위원장의 모습에는 실제 모습과 고도로 연출된 부분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운명은 김 1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중친화적인 이미지들을 구체적인 정책에도 반영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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