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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단독] 국내 최초 북한 현역작가의 북한체제 비판 小說과 詩
- 관리자
- 2013-09-03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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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의 목숨 건 폭압체제 비판, 북한판 솔제니친 탄생
⊙ 필명은 ‘반디’, 원고지 750매 분량 소설과 50편의 시로 金日成 시대 북한 사회상 통렬 풍자
⊙ 앞으로도 북한 현지에서 金正日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사회 모순과 비리 고발 계획
⊙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 입수, 국내에서 곧 소설 출간 예정
《월간조선》은 최근 피랍탈북인권연대(대표 도희윤)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작가의 체제 비판 소설(小說)과 시(詩)를 입수했다. 이 작가는 현역작가임을 감안해 ‘반디’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곧 국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북한 체제를 통렬하게 비판·풍자한 북한 현역작가의 소설과 시가 남한에서 출판되는 일은 분단 6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자유세계로 나온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와서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출판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북한에 살면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폭압적이고 반민주적인 북한체제를 고발하는 작품이 출판되는 일은 없었다.
출판 과정에서 책 제목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북한 작가 반디가 지인을 통해 남(南)으로 보낸 소설의 제목은 《고발》이다. 《고발》은 글자 그대로 1994년 7월 김일성(金日成)이 사망하기 전부터 직후까지의 차별과 폭압이라는 북한사회의 비리와 수령 독재체제가 불러온 사회적 모순 등을 신랄한 풍자를 곁들여 고발하고 있다.
《고발》은 200자 원고지 750장 분량이다. 오래전부터 쓰인 것을 보여주듯 빛바랜 원고지 위에 작가가 연필로 직접 꾹꾹 눌러쓴 흔적이 역력한데 노끈으로 정성스럽게 묶여 있었다. <탈북기>, <유령의 도시>, <준마의 일생>, <지척만리>, <복마전>, <무대>, <빨간버섯> 등 단편소설 7개를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이 단편소설들은 각기 다른 소재로 각각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형태는 김일성 시대 비판이라는 큰 주제에 하나로 묶여 있는 옴니버스 형태를 띠고 있다.
하나의 작품이 끝날 때마다 단편소설 각각의 마지막에는 ‘1993. 7. 3’처럼 날짜가 적혀 있다. 원고를 마친 날짜를 기록해 놓은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 반디는 자신의 시 50편을 《지옥에서 부른 노래》라는 제목으로 한데 묶어 보냈다. 그가 살고 있는 현실을 지옥(地獄)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쓰는 ‘시’라는 말 대신 ‘노래말’이라는 용어를 썼다. 역시 북한체제의 폭압을 고발하는 내용들이다. 그는 이 《지옥에서 부른 노래》 머리글에서 절규처럼 읽히는 자신의 소회를 시의 형태를 빌려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북녁땅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반디가 속해 있는 북한의 문인단체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는 북한의 공인 작가 단체다. 북한이 문학 등 예술 전반을 통제하는 최상위 통제 기구는 김정일이 후계자 수업 당시 부장을 맡았던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다. 조선문학예술총동맹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작가들은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와 검열을 받는다.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내 문학가 조직이다.
반디는 이 원고를 원래 탈북하는 여자 친척을 통해 북한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 친척은 지금은 자신도 북한을 무사히 빠져나간다는 보장이 없으니 확실하게 탈출할 길을 마련한 후 다시 원고를 가지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떠났다. 중국군에 체포되었다가 도희윤 탈북피랍연대 대표의 도움으로 국내에 들어오는데 성공한 그는 도 대표에게 반디와 그의 원고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도 대표에게 뭔가 느낌이 왔다. 뭔가 작은 일이 아닐 거라는 직감 같은 것이었다. 그 여성은 반디에게 보내는 자신의 편지를 도 대표에게 써주었다. 그 편지를 반디에게 주면 편지를 들고 간 사람을 반디가 믿고 원고를 줄 거라고 했다.
도 대표는 마침 반디가 살고 있는 곳으로 관광을 가는 중국인 친구에게 반디와 만나 원고를 밀반출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반디가 원고를 주면 《김일성 선집》이나 《김정일 노작》 등 북한 선전용 책자를 많이 사서 그걸로 위장을 해서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그 중국 친구는 반디의 친척 여성이 탈북에 성공한 몇 달 후 반디를 찾아가 비닐봉지로 싼 편지를 건네주었다. 편지를 읽은 반디는 잠시 생각에 젖어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한 듯 자신만 아는 비밀장소에 감춰두었던 원고 뭉치를 꺼내왔다. 그때의 표정을 그 중국 친구는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달리 방법이 없다는 표정이었다”고 훗날 전해주었다. 그 원고 뭉치는 《김일성 선집》 등에 싸인 채 중국을 거쳐 도 대표에게 건네졌다.
도희윤 대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먼저 그런 글을 쓴 작가가 북한 내부에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세력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소규모 저항 조직과는 어느 정도 연계를 갖고 있었지만,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출신 중에서 이토록 북한사회를 증오하면서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 속에 소리 없이 세상을 밝히고자 반체제 작품을 쓰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가슴 벅찬 일이었고 그런 글을 전달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반디의 북한체제비판 소설집 국내 출간은 구(舊)소련에서 소련 공산체제를 비판하는 소설을 쓰고 해외에서 발표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했던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을 연상시키는 일이다.
북한 내부에서 현존하는 저항 작가의 글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획기적인 변혁의 시작임과 동시에 철옹성 같은 세습독재정권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大)사건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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