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6-08-22 09: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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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탈북과 대북제재 속 외화벌이 압박 가중에 문책과 송환 우려
대사관 외부활동은 극심한 위축 양상 보여
(유럽·아시아 종합=연합뉴스) 본국에서는 특권층에 속하는 북한 외교관들이 주재국에서는 빈곤층 수준의 열악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북제재로 외화벌이 압박이 가중된 가운데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 외교관의 잇따른 망명에 단속이 더욱 삼엄해지고 검열단 파견으로 이어지면서 북한 재외공관이 문책과 송환 우려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 외교관들 생활고에 온갖 돈벌이 나서
대북 소식통은 "태 공사의 월급은 450∼500파운드(60만∼7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박봉"이라고 말했다.
영국 최저임금(시급 6.7파운드·약 9천700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태 공사는 2013년 영국의 한 모임에서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오면 '(약1만6천원인) 혼잡 통행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야 한다"며 궁핍한 생활을 토로했다.
그는 해외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유럽의 한 국가에 근무하는 북한 공관원들은 저소득층으로 신고해 해당국 의료보험에 가입해 무상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프랑스 주재 북한 대표부는 북한의 최대 명절로 김일성 생일인 4월15일 태양절 등 주요 국경일 행사 때는 행사에 필요한 음식을 만드는데 외교관 부인들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네스코 북한 대표부는 지난해 각국 전통 음식을 내놓는 유네스코 행사에서도 돈을 들이지 않고 마련할 수 있는 김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김춘국 대사가 지난 2월 간암으로 사망한 것은 북한 외교관의 열악한 생활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지의 건강검진 비용은 수십만원 정도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김 대사는 평소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다가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간암 판정을 받고 곧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해온 북한 재외공관들은 금, 담배, 상아 등을 밀수하기도하는데 대북제재로 각국의 감시망이 촘촘해지면서 '할당량'을 채우기 더 어려워졌다.
영국 외무부 조이스 애널레이 차관은 로드 앨턴 상원의원에 전달한 서면답변에서 "북한 관리들이 금지된 품목들의 거래에 계속해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유엔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나온 증거를 우려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주영 북한대사관에 우리의 우려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교관들이 갖가지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외교관 부인들이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례로 주중 북한대사관 앞에 북한 상점들이 있는데 외교관의 부인이나 친척들이 운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다.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힘드니 어떤 식으로든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은 외교관 번호판이 달린 일부 대사관 차량을 현지인에게 팔아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면세혜택을 받는 외교관 차량을 정상가격보다 절반 정도 싸게 산 뒤 웃돈을 얹어 팔아 그 차액을 챙긴다는 것이다. 외교관 차량은 과속과 같은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사실상 받지 않아 수요가 있다.
한 소식통은 "최근 북한대사관 번호판을 부착한 벤츠 G 클래스 차량을 현지인이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북한대사관이 공용차량 7대 가운데 고가의 외제차량 4대를 현지인에게 불법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 무역상들과 함께 생필품과 의약품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북한에 수출해 그 대금의 3∼5%를 수수료로 받아 공관 경비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로마 주재 국제기구인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일하던 북한 직원이 FAO에서 받는 월급과 관할 지역인 몰타에서 일하던 북한해외노동자들의 임금 중 일부, 그리고 본국에서 출장 나온 사람들을 대사관에서 숙식을 제공해 받은 돈 등으로 운영비 일부를 충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FAO 직원이 철수하고 몰타가 최근 북한 노동자를 모두 추방한 탓에 돈줄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은 규정 위반을 감수하면서 2012년부터 대사관 3개 동 가운데 2개 동을 유스호스텔로 임대해서 수입을 챙기고 있다.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관은 부지 내 건물을 보수해 사무실 일부를 임대해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보수공사 때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출금 상환을 중단한바 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주재 북한대사관 역시 공관 건물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주에 있는 북한대사관은 교포단체에 치과 치료와 독감 예방접종 등을 요청하고, 의약품을 지원받고 있으며 동남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공관원들이 말라리아 등에 걸려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건강악화로 귀국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생활고는 북한 당국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외교관들에 대한 지원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조처를 하면서 외교관들의 생활 형편이 더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 문책과 본국 송환 불안에 '덜덜'
중국에 있는 외교 소식통은 "태 공사 탈북 이후 5년 이상 외국에서 근무한 공관원들은 모두 불러들인다는 말이 있다"며 "북한 내부 단도리가 행해지면서 차츰 구체적인 사항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태 공사의 탈북을 계기로 북한 재외공관 주재원들이 신변 변화에 바짝 긴장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외교관과 해외식당 종업원 등 출신 성분이 좋은 해외 파견자의 탈북이 잇따르자 불같이 분노해 중국을 비롯해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최근 대사관, 대표부, 무역상사, 식당 등 모든 북한의 해외 파견기관들에 대해 '도주, 행방불명 등 사건·사고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적극 제거하고 실적이 부진한 단위는 즉각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해외 파견 인력이 가장 많은 중국에 재정성과 보위부 소속의 검열단을 차례로 보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해외 파견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관과 무역일꾼 가족들의 소환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파견자들의 가족을 사실상 인질로 삼아 추가 탈북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태 공사가 있던 주영 북한대사관의 현학봉 대사가 대사직을 유지할 지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은 관측했다.
또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서세평 대사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 때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북한 인권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대응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많은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등 참사관이 망명한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도 책임 추궁과 소환이 단행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정은이 대대적인 처형을 단행하면서 외교관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은 대개 대사관 건물 또는 부지 내에서 함께 살면서 상호 감시를 한다.
◇ 대사관들 대외 활동은 급격히 위축
대북제재 강화와 본국 지원 중단 또는 축소 등으로 북한대사관들의 대외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학봉 주영 대사와 이시홍 주독일 대사, 김용일 주프랑스 북한대표부 대사 등은 각국 대사관 주최 각종 모임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세평 제네바 주재 대사도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 이후 회의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외교 소식통들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가 EU 대북제재를 앞장서 이끄는 상황에서 북한의 외교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도 현지 정부가 지난 4월 북한 단천상업은행의 최성일 베트남 부대표를 사실상 추방한 이후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김춘국 대사가 간암으로 사망한 뒤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사가 공석이다.
FAO에 파견됐던 주재원들이 몇 개월 전 계약 종료돼 귀국한 이후 후임이 파견되지 않고 있다.
또한 EU 제재로 북한에 사치품 수출이 금지되면서 북한 지도층 인사들이 좋아하는 고급 포도주 등의 북한 반입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외에 있는 북한 소식통들은 태 공사 탈북 이후 북한 정권이 취한 조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사관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외교관들의 이런 삼중고는 외교관들의 탈북이 더욱 가속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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